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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通) 선생과 상담하세요!] 친구와의 갈등 호소하는 아이에겐 "누가 그랬어?"보다 "힘들었겠구나"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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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通) 선생과 상담하세요!] 친구와의 갈등 호소하는 아이에겐 "누가 그랬어?"보다 "힘들었겠구나" 먼저

입력
2012.02.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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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크게 '사실 문제'와 '사람 문제'로 구분할 수 있으며 그 해결 방법이 다르다. 정전이 되거나 집전화가 먹통이 된 경우는 사실 문제다. 이를 해결하려면 수명이 다 된 전구나 전원에서 빠진 전화코드 등 그 원인을 찾아 이를 제거하면 된다. 그런데 사람 문제는 대개 분명한 원인을 찾기 어렵고, 찾는다 해도 그 원인을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례를 통해 사람 문제 해결 요령을 살펴보자.

# 중학교 교무실. 희진이가 어두운 낯빛으로 담임 선생님을 찾아 왔다.

교사: 왜 무슨 일이야?

희진: (한참을 머뭇거리다) 저… 선생님, 애들이 저를 괴롭혀요.

교사: 뭐라고? 누가?

희진: 저….

교사: 누가 그랬어? 말을 해야 알지!

희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애랑 영환이가….

교사: 미애랑 영환이가? 걔들이 왜 그런 거야?

희진: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통 선생 코멘트

희진이처럼 문제를 호소하는 아이가 오면 담임 입장에서는 만가지 마음이 스친다. 믿었던 우리 반에 그런 일이 생겼다는 게 속상하고 배신감마저 든다. 심각한 왕따 문제가 아닐까 걱정과 불안감도 생기고, 서둘러 해결해야겠다는 조바심도 커진다. 그래서 어떻게든 빠른 시간 내에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 제거하려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 문제 해결방식으로는 사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미애와 영환이를 불러 원인 행위를 제거하려 들면, 둘 다 억울해 하면서 '자신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희진이가 먼저 제공했다'고 호소한다. 그렇다고 교사가 강압적으로 잘못을 시인케 하고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혼내면 문제가 잘 해결될까?

사람 문제를 잘 해결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해결요령을 따르는 것이 좋다. 먼저 교사는 이 문제에서 '누가 문제해결의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 사례에서는 교사를 찾아 온 희진이가 문제해결의 욕구를 갖고 있다. 그런데 희진이는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여서 문제해결의 주체로 나서기보다 교사에게 의존하는 태도를 갖기 쉽다. 이럴 때는 먼저 감정적으로 편안해지도록 돕고, 해결의 욕구를 북돋워야 한다(교사①~②). 그런 다음 희진이가 정말 원하는 바가 무엇이며(교사③~④),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무얼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실행 계획을 세우게 돕는다(교사⑤).

이렇게 해보세요!

희진: (한참을 머뭇거리다) 저… 선생님, 애들이 저를 괴롭혀요.

교사: ①저런… 네가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었겠다. 도저히 견디기 어려워 찾아온 게지?

희진: 네, 너무 힘들었어요. 미애랑 영환이가 매일 저에 대해 욕하고 괴롭혀요.

교사: ②어휴, 그럼 네가 이만저만 억울하고 속상한 게 아니었겠구나. (희진이의 불편한 감정이 풀릴 때까지 계속 공감한다)

희진: (편안해진 표정으로) 선생님, 저 어떻게 하면 좋아요?

교사: ③이렇게 안정을 금방 되찾는 걸 보면 네가 마음의 힘이 강한 애구나. 그런데 그 문제가 어떻게 되길 바라니?

희진: 음…. 애들이 저를 괴롭히지 않고 잘 대해주면 좋겠어요.

교사: ④그래, 네가 원하는 것은 걔들을 혼내주라는 게 아니라 네가 괴롭힘 당하지 않고 존중받고, 사이좋게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다는 얘기구나. 힘들었을텐데도 그런 바램을 갖고 있는 걸 보면 네가 넉넉하고 정이 많은 애구나.

희진: (웃으며)감사합니다.

교사: ⑤그래, 그렇게 소중한 바램을 네가 꼭 이뤘으면 좋겠고 나도 돕고 싶구나. 그런데, 네가 원하는 대로 이루기 위새 네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김형오 통선생(www.tongsaem.net) 대표·울산 신일중 교사 kgoh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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