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27일 자영업자들의 생계 안정과 재취업 지원을 위한 자영업자 고용보험이 시행 한 달 만에 가입자가 2,200여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입률이 낮고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이 외면하고 있어 실질적인 사회안전망이 될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처음 시행된 자영업자 고용보험에 23일까지 3,094명이 가입을 신청, 이 중 2,235명이 승인을 받았다. 업종별로는 도ㆍ소매업이 29%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16%), 숙박 및 음식점업(11.3%)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50~59세(39.5%)와 40~49세(30.33%) 가입자가 많았다. 자영업자 고용보험은 50인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자영업자가 폐업 시 생계 불안정과 재취업에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이다.
하지만 50인 미만 근로자를 고용하는 자영업자 총 350만명 중 가입자는 0.06%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형편이 좋은 사업주들이라는 지적이다. 자영업자 고용보험은 사업주가 자신의 소득 수준에 따라 154만(1등급)~231만원(5등급)까지 총 5개 등급의 기준 보수를 선택할 수 있다. 소득 증빙을 따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등급이 올라갈수록 부담하는 보험료가 월 3만4,650(1등급)~5만1,970원(5등급)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소득이 높을수록 높은 등급을 선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5등급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 중 46.6%(1,041명)로 가장 많았고 1등급(27.6%)과 3등급(12.8%)이 뒤를 이었다.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가입자들이 5등급에 절반 가까이 몰린 것으로 미뤄 월 25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이처럼 고용보험을 외면하는 것은 이 제도가 실질적인 '우산'이 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1년 이상 보험료를 내고 적자, 매출액 감소 등 부득이한 이유로 폐업할 경우에만 3~6개월 동안 77만~115만5,000원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서울 성북구에서 직원 2명을 고용해 50여평 규모의 마트를 운영하는 박은호(47)씨는 "가게 망하면 시설투자비 권리금 등 적자 나는 돈이 얼만데, 100만원 남짓한 실업급여로는 턱도 없다"고 말했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기획실장은 "보험 급여가 최저임금만 받고 일했을 때의 월급보다도 적은데 당장 하루 벌어 먹기도 힘든 영세 자영업자들이 돈을 모아 보험금을 내겠느냐"고 말했다.
홍보부족도 문제다. 인천에서 직원 2명과 함께 작은 옷 가게를 경영하는 인모(49)씨는 "자영업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느냐"며 제도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이동주 실장은 "자영업자가 폐업할 경우 그에 따른 손실이 너무 큰 만큼 국가가 구직 촉진 수당 등 공적 부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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