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가 많다고 집안이 절로 풍족해지는 건 아닐 터.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제대로 밥벌이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허투루 돈이 새지 않게 식구들끼리 나눠 쓰고 양보하고 힘을 합쳐야 돈이 모이는 법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4대 금융지주들도 계열사 식구들과 함께 재산을 불릴 수 있는 방안을 궁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계열사 간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금융은 현재 시너지추진부를 가동 중인데 수익 및 비용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조직된 부서답게 다양한 연계 상품을 많이 내놨다. 예컨대 은행의 적금과 자산운용의 펀드, 연금보험을 결합한 단계별 자산관리 상품(우리척척플랜)을 개발해 은행과 증권사 등 계열사에서 공동 출시하는 식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자문형랩 노하우를 활용해 우리은행이 자문형신탁 상품을 출시한 것도 계열사끼리 상부상조한 사례다.
신한금융그룹은 아예 사업체제를 바꿨다. 지난달 말 계열사 간 공통 사업을 한데 묶는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했는데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고객, 그 중에서도 기업과 거액 자산가들을 통합 관리하는 게 핵심 전략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동안 전국에 자산경영센터(PWMㆍPrivate Wealth Management)를 5개나 세운 것도,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기업 분야를 맡던 150명의 행원들을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점으로 이동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복합점포 운영도 비용 절감과 수익 창출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방법이다. KB금융은 매트릭스 체제는 도입하지 않되 복합점포는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 빌딩에 들어선 국내 최대 규모(1,090.9㎡)의 자산상담 센터가 KB금융의 대표적인 금융백화점이다. KB국민은행과 KB투자증권이 동시에 입점해 있는데, 자산상담가(PB)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계열사 간 협업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은행과 증권사에 소속돼 있는 세무사, 부동산 전문가, 기업컨설턴트 등 전문가들을 한 팀으로 묶어 고객을 집중 관리한다. 이를 토대로 하반기엔 부동산과 금융을 결합한 부동산 연계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금융도 작년 말 기준으로 28개의 복합점포를 운영 중인데, 은행과 증권사의 결합 틀에서 벗어나 작년 6월 우리은행 안에 우리파이낸셜 점포를 신설(2개 지점)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계열사 중에서도 특히 최근 인수한 외환은행과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국내보다는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김승유 회장도 "외환은행과 해외 네트워크를 함께 재건해 '글로벌 톱50'에 들겠다"고 계획을 밝힌바 있다.
우리, 신한, KB 등 다른 금융지주들이 계열사 간 사업을 통합하거나 점포를 함께 쓰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각자 '밥벌이'를 확실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하나은행은 개인 자산관리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고 외환은행은 무역금융 분야의 시장 점유율이 45%에 이르는 등 외환, 기업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두 은행의 개성과 강점을 살려주는 게 시너지를 높이는 지름길이란 생각에서다.
다만 비은행 부문은 유기적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 가령 모바일카드 및 SK제휴 사업에 강점이 있는 하나SK카드와 200만개 이상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외환카드의 접목은 군소카드사에 불과했던 두 카드사를 5위권 안으로 진입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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