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웹사이트 방문자가 지도 위에 자발적으로 마우스를 올려보고 싶게끔 화면을 구성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지난 25일 오후 서울대 제1공학관의 한 동아리방. 20대 초ㆍ중반의 젊은이 7명이 노트북 한 대를 탁자 가운데 놓고 둘러앉았다. 이들이 함께 보고 있던 화면은 서울 국회의원 선거구가 표시된 지도. 이들이 한창 개발 중인 19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정보 공유 웹사이트 '위폴(www.wepoll.kr)'의 첫 화면이다.
위폴(wepoll)은 '위키폴리틱스'란 조어의 줄임말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와 '폴리틱스(정치)'를 결합해 만들었다.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의 정보를 완성해가는 과정에 위키피디아처럼 네티즌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해보자는 뜻에서다. '우리가 투표한다(We poll)'는 의미도 함께 넣어 유권자들의 능동성을 강조했다.
대표 기획자 김민우(26ㆍ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씨가 위폴을 구상한 건 지난달 초. 지난해 하반기 국회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정치인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법안 발의 등 의정활동보다는 피상적인 이미지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경험하면서부터였다.
"상당수 의원들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보다 선거철 이벤트만 궁리하는 것은 의원들에 대해 제공되는 단편적 정보에는 자신들의 행적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후보자를 제대로 알고 투표하려면 유권자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생산, 공유, 축적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안적 정보 창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씨는 곧바로 프로젝트그룹 결성에 들어갔다. 먼저 김씨와 같은 과 출신 재학ㆍ졸업생 3명으로 기획팀이 꾸려졌다. 웹 개발은 2008년 'SNUEV'라는 서울대 강의평가 사이트를 만들어 유명해진 같은 학교 컴퓨터 동아리 '와플스튜디오'에 도움을 요청, 김택민(20ㆍ서울대 컴퓨터공학부 3) 회장 등 4명의 동아리 멤버가 합류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팀 3명이 가세하면서 지난달 말 모두 10명으로 이뤄진 그룹의 진용이 갖춰졌다.
위폴은 총선 후보자들의 의정 성적 같은 기본 정보와 함께, 네티즌들이 직접 사이트에 올리는 후보자 관련 기사ㆍ동영상의 인터넷주소 링크 게시물 두 가지가 큰 뼈대다. 사이트 운영진이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이나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축적한 자료를 소화하기 쉽게 정돈해 놓으면 네티즌들이 자기가 아는 정보를 덧붙여 내용을 풍부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아이디어는 간단해 보이지만 이를 구현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한 번 모이면 10시간씩 회의가 이어지기 일쑤였다. 시각화 작업도 녹록지 않았다. 첫 페이지 디자인 시안만 30개 넘게 만들었을 정도다.
3월 7일 공개되는 위폴은 일단 서울의 관심 지역구 위주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서울과 부산 전 지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총선이 끝난 뒤에는 상시 정치인 감시를 위한 정보 축적 플랫폼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민우씨는 "네티즌들과 함께 선거 후보자의 이력을 추적하는 사이트가 개설되는 건 국내에서 처음일 것"이라며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후보자에 대한 심층 정보를 축적하고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선거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은 젊은 세대의 투표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이런 정보 누적과 공유가 활성화되면 당선된 뒤 나 몰라라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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