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휘발유가격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감에 따라, 유류세 인하공방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와 소비자들은 "이번엔 유류세로라도 기름값을 낮춰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유류세 인하와 관련,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같은 날 "두바이유가 배럴당 130달러를 초과하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명시돼 있다"며 당분간 인하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주저하는 이유는 표면적 이유는 기름값 인하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 2008년 정부는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10% 내렸으나, 기름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를 꺼리는 가장 큰 배경은 세수다. 재정지출수요가 산적한 상황에서 유류세를 낮췄다가 생색도 나지 않고 세수만 축낼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과 업계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정부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년에는 정유사들에게 기름값 인하를 강제하다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만큼, 이번엔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복지지출 수요 때문에 세수감소를 촉발시키는 유류세 인하정책을 취할 수 없다고 하지만 "소득층에겐 기름값을 낮춰주는 것도 복지정책"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국내 기름값은 '수입원가+유통마진+유류세'로 구성되는 데, 2월 2주차에 정유사가 공급하는 세전 보통휘발유 가격(리터당 973.39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유류세는 총 917.87원이다. 세금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다.
정유업계에서는 유류세를 10% 내리면 휘발유 가격이 ℓ당 평균 80원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 100일간 100원 인하로 정유사가 희생을 한 만큼 이번에는 유류세 인하 등 정부가 나설 차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하더라도 전면적인 시행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두바이유 130달러 돌파를 유류세 인하의 기준우로 삼고 있는데, 그렇다 해도 대상을 저소득층의 생계형 차량이나 장애인의 이동용 차량으로 국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고 있는 기름값 안정 대책들이 정유사와 주유소의 마진을 줄이는 데에만 집중돼 있어 한계가 있다"며 "기름 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수혜자를 제한해서라도 유류세를 낮춰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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