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하이마트의 최대주주 유진기업과 2대 주주인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은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당시 유진측 지분은 31.34%로 선 회장의 17.37%에 훨씬 앞서 있었다. 표 대결을 강행했다면 유진측이 쉽게 이기는 싸움이었지만, 하이마트 임직원들이 파업불사까지 꺼내며 선 회장에 대해 '무한지지'를 보냈다. 유진 주변에선 "선 회장한테 정말로 질렸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사건으로 하이마트 내에서 선 회장의 절대적 위상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업계에선 선 회장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성공한 기업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지만, '하이마트는 선종구 개인왕국'이란 말이 나올 만큼 잡음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이마트의 뿌리는 과거 대우전자 국내총판을 담당하던 한국신용유통. 대우그룹 몰락과정에서 한국신용유통은 대우전자의 국내 영업부문과 합쳐져, 1999년 가전양판점인 하이마트로 재탄생 했다. 당시 대우전자 판매총괄본부장(이사)이었던 선 회장이 이 작업을 주도했고, 그는 하이마트의 대표 겸 대주주가 됐다.
선 회장은 이후 탁월한 영업능력을 선보이며, 하이마트를 국내 오프라인 가전유통점포 중 4분의 1의 점유율을 가진 1위 업체로 성장시켰다. 현재 290여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2007년 하이마트는 유진기업에 넘어갔다. 하지만 하이마트는 여전히 선 회장 영향 하에 있었고 유진기업은 최대 주주임에도 경영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선 회장은 하이마트 자회사인 HM투어 대표에 자신의 아들을 임명하는 등 구설수가 끊이질 않았다.
하이마트 설립 당시 정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적도 있다. 정주호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하이마트는 김우중 전 회장이 출자제한규정을 피해 계열사 임직원 등 차명으로 투자해 설립한 일종의 위장계열사였는데 대우그룹 해체 당시 선 회장이 이 지분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헐값에 인수해 자기 지분을 늘렸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차명 주식임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지만 업계에서는 '정황상 개연성이 있는 주장'이라는 얘기가 끊이질 않았다.
작년 경영권 분쟁이후 유진과 선 회장은 하이마트를 팔기로 했고, 현재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다. 선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로 이 작업 역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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