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 비킬라. 1960년 로마올림픽과 64년 도쿄올림픽 마라톤을 2연패한 에티오피아의 전설이다. 아베베는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세계최고기록으로 장식하며, 세계마라톤계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불멸의 업적을 남겼다.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9). 아베베 이후 에티오피아인으로서 두 차례나 마라톤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지난해 중반까지 마라톤 황제로 군림한 영웅이다. 2008년 베를린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3분59초는 현재 세계 공인기록 3위(비공인으론 5위)에 랭크돼 있다. 특히 800m에서 마라톤까지 중장거리 부문에서 모두 27차례나 세계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새길 정도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중장거리주자로 꼽힌다.
하지만 이 같은 마라톤 영웅이 올 7월 런던올림픽 마라톤 출전명단에도 오르지 못할 위기에 몰렸다.
게브르셀라시에가 26일 오전 일본에서 열린 도쿄마라톤대회 42.195km 풀코스에서 2시간8분17초로 4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국가당 최대 3명을 출전시킬 수 있는데 올림픽 개막전 1년 동안 가장 좋은 기록을 낸 선수들을 내보낸다. 에티오피아는 지난달 두바이마라톤에서 3명의 마라토너가 이미 2시간4분대를 기록해 게브르셀라시에를 훨씬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게브르셀라시에는 대회 하루를 앞둔 25일 기자회견에서 "2시간4분대로 골인해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으나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3만5,000여명이 참가한 이날 레이스 중반까지는 게브르셀라시에의 무대였다. 그는 36km까지 선두를 유지하며 경쾌한 발걸음을 내딛었으나 38km에서 마라톤 데뷔전에 나선 마이클 킵예고(28ㆍ케냐)에게 덜미를 잡힌 데 이어 일본과 우간다 선수에게도 밀리는 수모를 당했다. 3,000m 장애물 경주가 주무대인 킵예고가 결국 2시간7분37초의 기록으로 월계관을 썼다.
게브르셀라시에는 골인 후 "나는 2주 이내 또 다른 마라톤대회에 나설 수 있다. 마지막 5km 레이스는 내 생애 최악이었다"며 화난 표정을 지으며 말했으나 많은 전문가들은 그가 더 이상 2시간4분대를 소화하기에는 무리라고 보고 있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41)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은 "무릎과 허리통증이 있는 게브르셀라시에가 이제는 명예로운 은퇴시점을 찾아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