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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 개인전 '자연과 생명'/ "30년 화업 정리? 청년작가 벗어나려는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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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 개인전 '자연과 생명'/ "30년 화업 정리? 청년작가 벗어나려는 몸부림"

입력
2012.02.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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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의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건물 로비에는 산등성이에 달과 해가 나란히 떠있는 7m 너비의 수묵채색화가 걸려 있다. 20여 년 전 이 그림 '일월도'를 그린 사람은 임효(57) 화백이다.

'일월도'는 한때 붓을 놓으려던 임 화백이 다시 화업에 매진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그림이다. 학교 교사직과 운영하던 학원을 접고 전업작가 생활을 시작한 뒤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다. 서울 집을 팔고 경기도 월셋방을 전전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림을 의뢰하는 외교부 전화였다. "생계를 걱정하는 아내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했어요.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그림을 그만둘 생각이었죠. 정부가 예술가 하나 살린 셈이죠."(웃음)

손수 만든 한지에 돋을새김 하듯 입체감 있는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수묵과 석채, 옻칠을 하는 임 화백의 그림에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이라고 믿는 그의 2010년 이후 신작 60여 점이 3월 6~13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자연과 생명'전으로 선보인다.

올해로 화업 30년을 맞는 그의 작품 세계는 그 동안 여러 차례 변모했다. 실경 산수에서 시작해 온갖 재료를 실험한 시기를 지나 밝고 가지런한 구상화로 옮겨갔다. 최근에는 추상화에 몰입하고 있다. 2009년 독일에 초청작가로 가 있던 석 달 동안 겪은 일이 계기다.

그가 머물던 독일 함부르크 부근 메클렌부르크주 바드 도버란에 30년 만에 폭설이 내렸다. 꼼짝없이 발이 묶인 그를 안쓰럽게 여긴 호텔 안주인은 매일 그의 테이블에 서양란 한 송이를 올렸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따뜻한 마음을 느낀 임 화백은 '교감'과 '심화'란 작품으로 그 순간을 남겼다. 한지에 순금과 자개를 붙이고 옻칠한 수묵화다. 언제 눈이 그칠지 바라본 하늘을 통해 내면과 마주한 그는 '하늘'과 '연기' 시리즈도 완성했다. "옻칠한 한지는 물에 닿아도 녹지 않아요. 처음엔 보존성 때문에 시작했지만 검은색 광택을 보면 우주의 빛깔과도 닮았단 생각이 들어요."

임 화백은 전시에 맞춰 30여 년 그린 수천 점 중 700여 점을 화집으로 묶었다. 작품에 모두 담지 못한 마음을 시와 산문으로 표현해 그림과 함께 엮은 에세이집 '그림 속에 놀다'(나무생각 발행)라는 책도 냈다. 다양한 형태로 작품을 정리한 이유를 "청년작가를 졸업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지금까지는 원 없이 실험하는 과정"이었다고 지난 작품 활동을 돌이키는 임 화백은 "이제 그런 역동성에서 벗어나 예술가로서 책임지고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는 경지에 들어서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070)7404-8276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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