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디자인 가구의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 조선 시대 목가구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강화 반닫이부터 네덜란드의 인기 디자이너 헬라 용에리위스의 비즈 스탠드까지 시공을 초월한 가구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달 29일부터 3월 20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는 '디자인의 덕목'전에는 한국의 전통 가구와 현대 유럽의 가구, 조명 등 20여 점이 출품된다.
반닫이는 물건을 보관하는 정방형 궤의 앞면 반쪽만 여닫을 수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두툼한 강화도 소나무를 사용한 강화 반닫이는 조선 왕실에서도 사용했다. 만(卍)자와 아(亞)자로 된 무쇠장식을 곳곳에 붙여 장식성을 살리면서도 단순한 형태로 단정함을 잃지 않는다.
'환상의 여왕들'이란 애칭을 얻으며 인기를 얻고 있는 스웨덴 디자이너 그룹 프론트 디자인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서랍장을 선보인다. 칸마다 분리되어 옆으로 밀려 나간 형태이지만 검은색을 사용해 시각 분산을 최소화했다. 강화 반닫이와 프론트 디자인의 서랍장은 형태와 소재는 달라도, 가구의 기본인 실용성에 충실하면서도 빼어난 미적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점이 닮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좋은 디자인의 요건은 실용성과 조형미의 균형이라는 점을 말해주는 듯하다.
프랑스 디자이너 마르탱 세클리의 붉은색 원탁과 한국 전통 소반의 대비도 재미있다. 세클리의 원색 테이블은 현대 세공 기술로 완벽한 원형으로 마감한 반면 소반은 통나무를 이음새 없이 깎거나 종이를 꼬아 만드는 등 수작업의 독특한 질감이 두드러진다.
강낭콩처럼 생긴 세 개의 전등에 긴 전선을 연결해 사용자가 어떻게 붙이는지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부훌렉 형제(로낭과 에르완)의 조명, 비즈를 엮어 만든 전등 갓을 오뚜기처럼 둥근 바닥의 스탠드에 씌운 헬라 용에리위스의 작품은 절제된 '뺄셈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단순함에 주목한 이들 가구와 조명 장식물들이 이우환, 정상화, 천원지 등 모노크롬 회화와 함께 전시된다. (02)720-1524~6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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