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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바마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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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바마의 선택은

입력
2012.02.2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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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인대(3월 5일), 미국의 슈퍼화요일(3월 6일) 같은 대형 정치행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참석자 면면으로 따져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 총회(4~6일)만한 행사는 없어 보인다.

'신의 조직'으로 불리는 유대인 로비단체 AIPAC의 실력은 정치인이 가장 많이 모이는 의회 밖 행사라는 것으로 알 수 있다. AIPAC의 부름을 받은 하원의원 3분의 1이상, 상원 의원 절반 가량이 만사를 제쳐 놓고 총회에 참석한다. 어떤 때는 의원 400명 이상이 참석해 대통령 국정연설 다음 가는 행사라는 말을 듣는다. 공화당 경선 후보 중 유일하게 초청받은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슈퍼화요일 선거운동 대신 총회 참석을 선택했다. 정치인들이 AIPAC에 충성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은 왜 회원 10만명의 AIPAC에 달려가는 것일까. 유대인의 막강한 자금력과 영향력, 그리고 투표율이 80~90%에 달하는 집중력이 정답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AIPAC의 무서움 때문이란 게 더 솔직해 보인다.

AIPAC의 철칙 중 하나가 '반드시 보답한다'는 것이다. 친 이스라엘 정치인에는 후원금과 자원봉사로 은혜를 갚고, 반 이스라엘 정치인에게는 철저히 보복한다.

AIPAC 총회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행사가 롤콜로 불리는 정치인 호명 절차인데, 1년 동안 친 이스라엘 정책에 가장 협조한 의원들의 이름을 순서를 매겨 공개하는 것이다. 여기서 매겨진 성적이 후원금의 액수 등 지원 규모를 좌우한다.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보복을 받은 정치인은 대개 침묵을 지키는 데, 유대인에게 찍히면 정치생명이 끝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AIPAC가 요청한 친 이스라엘 법안에 반대의견을 낸 민주당 베티 맥콜럼 하원의원은 테러 지지자로 비난 받았다. 강경 보수 성향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조차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철수정책을 추진하다가 AIPAC의 로비로 2주 만에 손을 들어야 했다.

AIPAC이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것에 '노(No)'라는 대답은 허락되지 않는다. AIPAC가 힘을 유지하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미국의 중동 외교정책이 진정한 미국의 이익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그런 연장선에 놓여 있다.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과 다르지 않은 AIPAC의 강경 주장이 미국 외교정책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AIPAC는 이번 총회에서도 정치권에 예민한 것들을 주문할 예정인데, 먼저 상원에 이란을 적극적으로 무력 응징할 수 있는 결의안의 신속 처리를 요구하기로 했다. AIPAC 회원들은 또 지역구 조직을 가동해 의원들에게 이란 핵의 봉쇄, 미국과 팔레스타인의 거래 중단, 이에 대한 의원들의 찬성서약을 요구할 예정이다.

문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AIPAC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부인해도 오바마 정부 최대 관심사는 재선이고,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가 이스라엘 정책이다. 미국 인구 2%에 불과한 유대인이지만 그들의 눈밖에 나면 재선이 힘들어진다. 중동 정책을 놓고 이스라엘과 대립해온 오바마 정부에게 AIPAC 총회는 이탈하는 유대인 표심을 얻기 위한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오마바 대통령은 과거에도 AIPAC 총회 등을 계기로 중동정책을 이스라엘 쪽으로 선회시키곤 했다. 하지만 그런 전례가 다시 반복되면 외교보다 무력을 선호하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4일 오바마 대통령의 AIPAC 총회 참석이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태규 워싱턴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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