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서울 강북의 랜드마크'를 표방하며 마포구 합정동에서 분양 중인 고급 주상복합 메세나폴리스(옛 서교자이). 전체 3개 동 617가구 가운데 면적이 작은 전용 66~81㎡ 임대주택 77가구는 별도 입구와 엘리베이터를 통해 드나들어야 한다. 거주 층도 임대주택은 103동 4~10층에 몰아서 배치했다. 일반 분양 입주민들과 얼굴 마주칠 일이 없도록 동선을 완전히 분리한 것이다.
입주자들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에도 큰 차이가 난다. 임대 입주민들은 이 단지가 자랑하는 가사도우미나 요가강습, 택배보관 및 배달, 이사지원 서비스 등에서 배제되며, 커뮤니티 시설인 '자이안센터'도 이용할 수 없다. '같은 단지, 다른 주민'인 셈이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동작구 본동의 래미안 트윈파크.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총 5개 동 523가구의 고급 주상복합이다. 단지 안에는 골프연습장, 샤워실, 헬스클럽, 문고, 독서실, 보육시설, 실버라운지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했다. 동간 거리가 넓고 단지 양 옆으론 사육신공원과 노량진시민공원이 위치했다. 특히 밤이면 외부시선을 끌기 위해 옥상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도 설치했다. 그런데 유독 1개 동은 철망으로 분리돼 있는데다, 저녁에 경관 조명도 들어오지 않아 나머지 4개 동과 한 눈에 구별이 된다. 바로 임대주택 동이다.
소득 계층간 갈등을 완화하고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 도입된 소셜믹스(Social Mix) 정책이 오히려 차별을 확대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가 저소득 무주택자의 주거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재건축ㆍ재개발 사업 때 임대주택 건설을 의무화했지만, 일부 건설사들이 거주 공간과 동선을 철저히 분리하고 마감재 사용과 서비스 이용에도 차별을 두면서 일반 분양자와 임대세입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도시환경 정비사업장의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용적률의 17% 이상은 반드시 임대 가구로 지어야 한다. 문제는 대다수 건설사들이 임대 가구와 일반 분양가구를 섞어 놓으면 분양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임대주택을 별도 공간이나 동선으로 분리시킨다는 점이다.
동부건설이 시공한 서대문구 냉천동 동부센트레빌도 임대 동은 일반 분양 세대와 별도로 구획돼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재건축 단지는 임대주택을 한 곳의 저층에 몰아넣는 재건축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가 보류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일반 분양자들은 "최소 수억원의 분양가를 내고 들어온 입주민이 임대 가구와 같은 대우를 받아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임대민들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도 저소득층이라는 낙인이 찍혀 차별 받고 있다"고 항의한다. 이처럼 소셜믹스에 대한 시각 차가 확연하다 보니 입주자대표회의를 따로 구성하거나 아이들 통학로조차 구분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GS건설 관계자는 "일반 분양 세대의 경우 가사도우미 등 특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분양가를 통해 이미 지불했다고 봐야 한다"며 "이런 서비스를 임대 가구에도 허용하면 오히려 일반 분양자들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갈등만 키우는 소셜믹스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 관계자는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비율 격차가 너무 크다 보니 임대단지에 대한 차별이 생긴다"면서 "주택 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게 필요하지만, 사업성이라는 걸림돌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제도적인 보완 못지않게 입주민들 스스로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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