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제임스 갤리건 지음ㆍ이희재 옮김/ 교양인ㆍ276쪽ㆍ1만3000원
최근 들려오는 일련의 자살 소식들은 우리를 핍진케 할 정도다. 우리 사회가 자살 혹은 정신 질환을 집단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커진다. 한국은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이 31.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다시 정치의 계절로 접어든 이즈음 정치가 갈등, 나아가 죽음을 부르는 정치가 아닌지 이 책은 다그쳐 묻는다.
독자는 우선 살인과 자살이 개인적 사건으로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라 같은 요인 아래 동시에 움직이는 사회 현상이라는 불편한 진실과 맞닥뜨려야 한다. 사회가 개인을 상대로 저지르는 폭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1900년부터 2007년까지 107년 동안 미국 내 자살과 살인의 증감 현상을 탐구해 온 저자의 주장은 확고하다. 문제는 정치다. 권위주의적 보수 정당의 정책은 불평등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사람들을 강력한 수치심과 모욕감에 노출시킨다는 것이다. 책은 "살인과 자살은 정치의 풍향계"라는 명제 향해 정밀하게 논의를 진행시킨다.
저자는 각종 자료를 제시하면서 경제 성장을 지고의 가치로 내거는 공화당의 집권기가 민주당의 통치기보다 실업률뿐 아니라 불황의 빈도가 높았음을 증명한다. 문제는 절대 다수의 경제적 약자들이 왜 1%를 위한 정당에 표를 주느냐에 있다. 중상류층과 중하류층이 최하층을 미워하게 만드는, '분할 정복' 전략이 먹혀 든 결과라는 것이다. 우파 정치의 핵심 정서는 수치심이고, 좌파 정서의 핵심은 죄의식이다. 그 같은 심리적 분할 구도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미국 내에서 득표하는 지형과 정확히 일치한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책을 가리켜 "내가 읽은 책 중 정치적 결론이 가장 명쾌한 비정치적 책"이라며 "에밀 뒤르켕의 고전 <자살론> 이 21세기 버전으로 환생했다"고 상찬한다. <왜 일단의 정치인들은 다른 정치인들보다 더 위험할까?> 라는 원제의 함의는 국역판의 제목에서 한층 강파르다. 30여년 하버드대 의대 교수로 지낸 저자는 지금 뉴욕대 정신과 교수로 폭력 행동과 심리의 문제를 천착하고 있다. 왜> 자살론>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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