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배동 지하철역 인근 골목에 위치한 ‘비트윈 카페’. 평범한 카페처럼 보이지만 방배동 일대에선 유일하게 공정무역 커피를 팔고 있는 곳이다. 공정무역이란 경제적으로 소외된 저개발국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몫을 주고 거래하는 무역을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 곳의 커피값은 만만치 않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이 3,700원, 카페모카는 5,000원이다. 스타벅스나 커피빈의 커피값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공정무역 커피 원두 1㎏ 가격이 평균 5만원대다. 일반 커피 원두 1㎏은 3만원대. 그럼에도 일부러 찾아 오는 단골들이 많다. 인근 직장을 다니는 김모(31∙남)씨는 “맛도 맛이지만, (한 쪽 벽을 가리키며) 저 글 때문에 자꾸 오게 된다”고 말했다. 벽면 한 쪽에는 ‘공기 좋은 치아파스의 맛있는 커피는 멕시코 치아파스 1,700m 깊은 산골마을에서 재배되는 최고급 유기농 커피로 커피를 재배하는 가난한 마야 원주민 농가의 자립을 지원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국내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적극 유통시키는 대표적인 곳은 ‘아름다운커피’다. 아름다운커피는 비영리단체 아름다운재단의 공정무역 브랜드. 네팔의 동부에 위치한 굴미 지역과 남미 페루의 팅고 마리아 지역, 아프리카 우간다의 구무띤도 등 세 지역과 공정무역 커피를 거래 중이다. 거래는 원두를 재배하는 생산자가 아니라 이들이 자발적ㆍ민주적으로 조직한 생산자협동조합과 한다. 공정무역은 이런 생산자협동조합과 하는 것이 원칙. 네팔에는 42개의 기초 생산자조합에 3,000여명의 조합원이 있다.
이혜란 아름다운커피 간사는 “공정무역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아무리 커피가격이 폭락해도 최저보장가격이 유지돼 생산자들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공정무역에도 ‘가격’이 존재하는데, 공정무역 가격은 최저보장가격+소셜 프리미엄+유기농 추가금으로 이뤄져 있다.
세계공정무역협회(FLO)가 지난해 7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수세식 아라비카(커피열매의 종류) 커피의 최저보장가격은 1파운드(lb) 당 1.40달러, 자연건조식 아라비카 커피는 1lb 당 1.35달러다. 여기에 생산자 지역공동체의 사회ㆍ경제적 개발을 위한 ‘소셜 프리미엄’으로 1lb 당 최소 20센트 추가 지급된다. 또 대부분의 공정무역 커피가 유기농으로 생산돼 유기농 추가금 역시 1lb 당 최소 30센트 이상 더 내야 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공정무역 커피의 가격에서 저개발국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6% 이상. 그러나 다국적기업에서 판매하는 커피값에선 제3국가의 농민들에게 0.5~1% 남짓만 돌아간다.
이렇게 책정된 가격으로 아름다운커피는 세 국가와 1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 2010년에만 세 지역에서 39톤의 커피 생두를 사들여 직영점을 비롯해 일반 카페 300여 곳에 공정무역 커피를 공급했다. 커피 뿐 아니라 공정무역이 이뤄지는 초콜릿, 녹차 등의 수입량도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이혜란 간사는 “201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카카오는 350만 톤에 달하며 이중 70%는 서아프리카의 저개발국에서 생산된다”며 “카카오를 이용해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180만명의 아동들이 사실상 노예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내 소비자들도 알면서 공정무역 제품을 통한 ‘착한 소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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