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회가 23일 김진표 원내대표의 공천 탈락 문제를 두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 중도파로 분류된 김 원내대표가 실제 공천에서 탈락한다면 관료 출신 중진 의원 다수도 낙천 대상에 오를 수 있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복수의 공천위원에 따르면 이날 공천심사위의 김 원내대표 면접 심사 직후 일부 공천위원이 "김 원내대표는 개혁 공천의 상징이 돼야 한다"며 공천 탈락을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과정에서 협상파로 유연한 입장을 취했고, 재벌 개혁 의지도 약한 만큼 공심위가 내세운 진보적 개혁 정체성에 반한다는 게 주요한 이유였다.
이런 주장에 상당수 외부 공천위원들이 공감을 표시하자 현역 의원을 비롯한 내부 공천위원들 다수가 이에 반대하면서 양 측 간에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위원들은 "김 원내대표는 당론에 따라 한미 FTA 협상에 나선 것일 뿐"이라며 "수권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중도개혁 세력까지 공천에서 배제하면 총선에서 지지기반을 넓히기 어렵다"며 맞섰다고 한다.
공심위는 이날 면접에서도 김 원내대표에게 관료 출신 의원들의 이념적 정체성을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대표는 "30년 공직생활 동안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를 처리하고 종합부동산세를 입법하면서 행정 부처에서는 지나치게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권정당으로서 국민에게 신뢰를 받으려면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며 "관료 출신 정치인들이 당의 소중한 자산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심위는 이날 김 원내대표를 공천할지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천심사에 앞서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중도파 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어서 김 원내대표의 공천 여부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당 안팎에서는 호남 지역의 강봉균 최인기 의원 등도 공천 배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당내의 다수 의원들은 강경파들의 중도파 의원 배제론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한 의원은 "국회법에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각종 안건에 대해 자신의 양심과 자유 의사에 따라 표결하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한미 FTA 문제에 대한 여야의 타협을 주장했다고 해서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은 국회법을 어기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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