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조직 농협이 본격적인 변신을 꾀한다. 내달 2일 금융지주사로 재탄생하면서 공격경영에 시동을 건다는 방침이다. 고객 1,800만명(중복 포함), 자산 규모 240조원의 농협금융이 시장 확대에 나설 경우 금융권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줄서기에 급급한 조직 문화와 굼벵이처럼 느린 정책결정, 신세대의 인지도 부족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농협 고위관계자는 23일 "농협금융이 금융지주사로 새 출발하면 그간 소극적이었던 여신 부문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라며 "여신 상품도 적극 개발해 시장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시장 공략 전략도 구체적이다. 우선 전국 1,172개 점포를 재편키로 했다. 구석에 박혀 있는 은행 점포를 눈에 잘 띄는 도로변 등에 재배치하고, 270여 개에 불과한 수도권 지역 점포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농협 측은 "협동조합 특성상 그간 지점 확장이나 좋은 위치로의 이전 등에 투자를 많이 못했다"며 "자산이 집중된 서울 강남 등을 집중 공략해 시중은행과 경쟁체제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또 농민과 공무원 고객층은 두터운 반면 2030세대에는 취약했던 점을 감안, 지주사 출범과 동시에 신세대를 겨냥한 30억원 규모의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타깃층도 확장할 방침이다. 그간 약세를 면치 못했던 보험 분야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700명에 못 미쳤던 설계사 수를 현재 1,000여명으로 늘렸다. 농협 관계자는 "1등을 따라잡는다는 무리수는 두지 않겠지만, 경쟁사와 견줘 손색없는 상품을 선보임으로써 2위 규모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농협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농협이 당장 수도권에서 입지를 다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부담스러운 경쟁상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농협 입장에선 의사결정이 느리고 연줄 문화가 강한 조직을 어떻게 정비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농협금융지주 초대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공격경영의 성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농협 내부에선 느슨한 조직을 장악해 확장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원칙론만 무성할 뿐, 적임자까지 거론되진 않는 분위기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김태영 농협중앙회 신용대표를 비롯해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등이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내부 출신인 김 대표는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단점이, 외부 후보들은 영향력은 있으나 관치(官治) 논란이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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