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벤처기업 '조각보'의 홍주선(29ㆍ여) 대표와 직원들은 주말마다 서울 시내 전통시장을 찾는다. 토종 딸기도 고르고 떡볶이도 맛보며 상인들의 애환을 듣는다. 취재 내용은 '조각보'라는 스마트폰용 앱에 올린다. 홍 대표는 "앱을 실행해서 상인들에게 보여주면 스마트폰에서 자신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신기해 하신다"며 "'이야기'를 통해 오래된 시장과 새로운 소비자 간 만남을 주선하는 것이 우리 일"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은 스마트폰 앱으로 대형 마트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는 지역 상인들의 성공을 돕는 것이 꿈이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상인들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껴 전통 시장을 찾게 하겠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지난 20일 출시한 '조각보'를 '지역경제 소셜미디어'라고 설명한다. 앱을 실행하면 전자책처럼 전통 시장의 소소한 이야기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위치 기반 서비스(LBS) 기술로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시장에 관한 정보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조만간 사용자가 직접 전통 시장 이야기를 올리거나 별점으로 평가할 수 있는 SNS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조각보 앱이 나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홍 대표는 대학을 나오자마자 '스스로 행복한 길'을 찾기 위해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각종 벤처 창업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정부 지원 프로젝트 등을 따내며 3년을 버텼지만 사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홍 대표는 "어쩌면 영원히 지는 패에 걸었는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조각보'는 하고 싶었고, 또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직원 2명이 홍 대표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이규현 주임은 "젊은이들이 전통 시장을 찾지 않는 건 선입견 때문"이라며 "주변 친구들도 이젠 전통 시장의 매력에 빠져 최근엔 '시장 탐험단'이라는 모임도 결성했다"고 말했다. 김경식 사원은 "시장 상인들은 개개인이 모두 시장의 역사"라며 "가락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삶이 군사독재 시절의 아픈 역사로까지 연결돼 있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각보 앱은 미완의 형태로 출시됐다. 조각보는 사용자들이 직접 시장에 가보고 그들이 만난 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올릴 수 있도록 빈 공간을 남겨 두었다. 홍 대표는 "소셜미디어의 미덕은 완제품이 아닌 것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전통 시장이 경쟁력이 떨어진다지만 아직 우리가 그 매력을 못 찾은 것일 뿐, SNS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함께 전통시장을 이야기하면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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