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으로 드러난 강용석 의원의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병역 기피 의혹 제기 공세를 계기로 정치권의 폭로를 과연 어느 수준까지 허용해야 할지 사회적 의견이 분분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 폭로가 동전의 양면처럼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지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존하는 권력과 정권의 주요 공직자에 대한 검증 차원의 폭로는 가능한 허용하되 불법적이고 악의적인 폭로를 막을 보완책을 주문했다.
사실 폭로는 그 내용이 사실일 경우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와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 1995년 박계동 당시 민주당 의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폭로한 사건이 그 예다. 그는 국회에서 "노 전 대통령이 집권할 때 측근과 재벌, 금융권과 유착해 비자금 4,000억원을 조성해 숨겨 놨다"고 주장했다. 사실로 드러났을 뿐 아니라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구속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근거 없는 폭로는 큰 사회적 혼란과 비용을 치르게 한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이 제기돼 여론의 공격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낙선한 뒤 급기야 정계 은퇴까지 했으나 의혹 확산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군인 출신 김대업씨의 주장은 결국 허위로 밝혀졌다.
특히 강 의원처럼 공직자 가족을 대상으로 근거 없는 주장과 개인정보를 퍼뜨렸을 때는 피해와 여파가 더 크다. 전문가들은 "무책임한 폭로를 사전에 방지하도록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거짓으로 밝혀지면 사후 책임을 묻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폭로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박 시장 아들 주신씨의 자기공명영상(MRI)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수집한다며 현상금을 내거는 식으로 박 시장 아들을 범죄인처럼 취급했을 뿐만 아니라 주신씨의 여자친구 이름까지 들춰내는 등 막장 수준으로 개인 정보 폭로를 이어갔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장여경씨는 23일 "국민들이 '아니면 말고'식의 무차별적 폭로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정치인들을 선거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은 "정치인이나 각종 단체에서 의혹을 제기하더라도 언론 등 제3의 기관이나 단체가 사실을 검증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일부 언론은 오히려 의혹을 기정사실화해 논란을 증폭시켰다"며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책임한 의혹제기를 막자는 사회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멀다. 현재 국회에도 정치 폭로 관련법이 2개나 제출돼 있다. 정옥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일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징역형으로만 형량을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인 일명 나경원법을 제출했다. 민주통합당도 정봉주 전 의원의 BBK 의혹 폭로 후 실형 선고와 관련해 '허위의 사실임을 알고도 후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정봉주법)을 지난달 9일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상대 개정안에 반발하고 있어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박주민 변호사는 "정치적 폭로 자체를 형법으로 다스려선 안 된다. 다만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프라이버시를 건드리고, 폭로 결과가 허위였다면 도의적이든 법적이든 책임을 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강 의원과 일부 언론사들을 상대로 민ㆍ형사 소송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이 모두 밝혀진 만큼 성숙하고 품격있는 사회를 위해 관련자 모두를 용서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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