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와 케빈 러드 외무장관(전 총리)의 권력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길라드 총리는 러드 장관이 22일 미국 워싱턴 출장 도중 사임을 발표하자 즉각 신임 투표 실시로 맞불을 놨다.
길라드 총리는 2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연방의회가 개원하는 27일 집권 노동당 대표직을 걸고 신임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신임 투표 강행 이유를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며 "투표에서 질 경우 일선에서 물러나는 동시에 대표직을 미련없이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임 투표 제안은 전날 러드 장관이 "총리의 신임이 없는 상태에서 더는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다"며 갑작스럽게 사퇴를 발표한 데 따른 대응 조치로 나왔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호주에서는 집권당 대표가 자동적으로 총리직에 오르기 때문에 투표 결과에 따라 총리가 교체될 수도 있다.
길라드 총리가 신임 투표라는 강수를 둔 것은 당내 지지세력이 확고해 승산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러드 장관도 지지를 얻지 못하면 정계를 은퇴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따라서 이번 신임투표는 양측이 대표직을 놓고 경쟁하는 경선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길라드와 러드는 노동당 내에서 소문난 앙숙이다. 특히 2010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러드 총리가 광산 개발이익에 대해 과세를 추진하다 지지율이 급락하자 부총리였던 길라드는 그를 총리에서 끌어내리고 자리를 꿰찼다. 러드 측은 "길라드 총리의 지지율은 36%로 야당의 토니 애봇 대표(40%)에게도 한참 뒤진다"며 "노동당 전체 의원 103명 중 이미 40명 이상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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