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길병원에서 같은 날 태어난 스물 세 살 네쌍둥이 자매가 동시에 이 병원의 간호사가 돼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이번엔 나란히 학사모까지 썼다. 황 슬ㆍ설ㆍ솔ㆍ밀씨다.
이들은 23일 오전 11시 인천 연수구 가천대 메디컬캠퍼스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간호학과 학사 학위를 받았다. 슬ㆍ밀씨는 수원여대 간호학과를, 설ㆍ솔씨는 강릉영동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간호사로 일하다 지난해 3월 길병원과 같은 재단 소속인 가천대 간호학과에 편입해 학위를 땄다. 황슬씨는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우리 꿈에 한발 더 다가선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학사학위 취득까지는 주경야독의 연속이었다. 길병원에서 근무 중인 자매는 지난 1년간 퇴근 뒤 시간을 쪼개며 공부에 매진했다. 아주 우수한 성적은 아니지만 4.5 만점에 3점 이상으로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세상에 태어날 때 그랬듯 이길여(가천대 총장)가천길재단 회장은 이번에도 든든한 후원자였다.
1989년 1월 이 회장은 70만분의 1 확률이라는 네쌍둥이를 제왕절개 수술로 건강하게 받아냈다. 당시 강원 삼척의 광산 근로자였던 황영천(58)씨는 아내 이봉심(58)씨가 네쌍둥이를 잉태한 것을 알고 병원을 찾았지만, 어려운 출산이라 다들 난색이었다. 급기야 이씨 친정이 있는 인천으로 와 인큐베이터를 갖춘 길병원까지 가게 됐다. 부부의 어려운 형편을 알게 된 이 회장은 병원비를 받지 않은 대신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면 장학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2007년 이 회장은 입학금과 등록금으로 2,300만원을 전달하며 18년 전의 약속을 지켰고, "열심히 공부하면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뽑겠다"는 두 번째 약속을 했다.
인천=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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