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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 필요한건 살림 일으킬 종잣돈" 유럽개발은행 총재 등 마셜플랜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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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 필요한건 살림 일으킬 종잣돈" 유럽개발은행 총재 등 마셜플랜 필요성 제기

입력
2012.02.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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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 못 할 빚더미에 올라 앉은 그리스에게 ‘빚 갚을 돈’이 아니라 ‘살림을 일으킬 종자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1세기판 마셜플랜’을 그리스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요지는 긴축만을 강조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해법으로는 그리스 경제를 회복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독일산업연맹의 한스 페터 카이텔 회장은 “그리스인의 자구책(긴축)에 대한 대가로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카이텔 회장은 “유럽은 물에 빠진 그리스를 겨우 건져 놓은 상황”이라며 “그리스가 헤엄치는 법을 배울 의지만 있다면 독일은 그리스에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외무차관을 지낸 베르너 호이어 유럽개발은행 총재도 “그리스는 절약하려는 노력이 불가피하지만 경제를 바닥에서 끌어 올리려면 마셜플랜이 필요하다”며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탰다.

이들의 제안은 미국이 2차 대전 직후 서유럽에 대규모 개발자금을 원조한 마셜플랜과 맥이 닿아 있다. 마셜플랜은 소련의 영향력을 봉쇄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유럽 부흥을 이끌어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의 전반적 성장에 큰 자극제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원액의 90%가 무상 원조였고 차관은 10%에 불과했다.

그리스 위기에 마셜플랜 얘기가 나오는 것은 최근 유로존이 그리스에 제공하기로 한 1,300억 유로의 2차 구제금융이 지나치게 기존 채무를 상환하는 데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금융 분야에만 돈이 투입될 뿐 실제 그리스인들이 만질 수 있는 돈은 없다. 체력은 약한데 빚 갚을 돈만 주며 절약하라고 다그치면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 놓기 힘들다는 것이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허리띠 졸라매기만을 강요하는 유로존의 해결 방식을 문제 삼았다. 브라운 전 총리는 22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유럽이 장기침체 조짐이 확실한데 교조적으로 긴축조치만 강조하며 전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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