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 80세. 하지만 50대 초반이면 은퇴를 해야 하는 게 요즘 현실. 청년 실업 못지 않게 장년 실업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눈높이도 낮아졌다. 예전엔 은퇴 전 직책이나 지위를 생각해, 혹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웬만한 일자리는 사양했지만 지금은 자리의 질이나 급여가 어떻든 일할 곳만 있으면 어디든 가겠다는 장년층이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마트는 지난 1일부터 열흘간 '시니어 사원'모집을 실시했다. 은퇴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만 56~60세 연령층을 대상으로 채용모집을 한 것인데, 400명 정원에 무려 2,670명이 몰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많은 인원이 몰릴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많은 인원이 몰린 것도 예상 밖이었지만, 채용신청을 한 사람 중에는 석ㆍ박사 학위소지자가 70명이나 됐고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간부급 이상 경력자는 400명이나 됐다.
사실 대형마트에서 뽑는 인원이 그렇게 질 좋은 일자리일 리는 없다. 이번에 롯데마트가 뽑는 인원도 계산원이나 온라인 피커(인터넷으로 주문된 물건을 직접 담아 배송준비를 하는 업무) 같은 단순업무를 맡게 된다. 일자리만 있으면 스스로 학력이나 은퇴전 경력은 더 이상 따지지 않는다는 '눈높이의 변화'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롯데마트측은 앞으로 시니어 채용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꼭 장년층에 대한 사회공헌적 취지에서가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도움이 많이 된다는 것이다. 롯데마트 관게자는 "온라인으로 주문이 들어온 제품들을 온라인 피커들이 일일이 장을 보며 배송 준비를 하는데 이 일을 경험 많은 어르신들이 하게 되면 보다 신선한 과일 채소를 가려낼 수 있어 소비자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앞으로 매 분기별로 점포별 인력 수요를 취합해 올해 말까지 총 1,000여명의 시니어 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시니어 사원 이외에도 점포별로 61~70세 연령대의 실버사원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 사원들은 주 5일 동안 하루 6시간씩 총 30시간을 근무하게 된다. 급여는 시중의 일반 아르바이트(시급 4,600원) 보다 10% 가량 높게 책정됐다고 롯데마트측은 전했다.
이재찬 롯데마트 경영지원부문장은 "시니어 사원 제도는 다양한 연령층을 고용할 수 있는 유통업체의 특성을 살려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은퇴자들의 고용을 확대하고자 한 제도"라며 "앞으로도 은퇴자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