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그녀의 눈가엔 주름이 보였다. 분장으로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현대의학의 힘에 의존하려 한 흔적도 찾기 어려웠다. 그는 "열 네 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으니 관객들이 내가 나이 드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런 모습을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것도 서른 여섯 살 배우가 다른 여자들에게 가져야 할 일종의 책임감"이라고 했다.
새 영화 '디스 민즈 워'의 개봉을 앞두고 22일 한국을 처음 찾은 할리우드 스타 리즈 위더스푼(사진)이 23일 서울 자양동 한 영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작과 자신의 연기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위더스푼은 2001년 하버드법대에 진학한 금발 미녀의 좌충우돌을 그린 '금발이 너무해'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2006년 '앙코르'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굳혔다. 그는 "얼마 전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 여성 법관 회의 초청을 받았는데 한국 법관에게 '당신 영화를 보고 법대에 진학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자신의 출연작으로 이어진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너무나도 일하고 싶은" 한국 영화인으로 '준호 봉'(봉준호)과 '챈욱 팍'(박찬욱)을 꼽았다. "두 사람처럼 한국적 배경을 지닌 감독들이 할리우드에 와서 작업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디스 민즈 워'는 두 명의 정예 CIA 요원이 한 여자에게 동시에 마음을 뺏기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액션과 코미디를 버무려 전한다. 리즈는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인 로렌을 연기했다. '미녀 삼총사'와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의 맥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행한 맥지 감독은 "액션과 코미디, 로맨스 등 여러 스타일을 묶어 보려 한 영화"라고 말했다.
위더스푼의 이날 발언 중 가장 이색적인 건 할리우드 스타답지 않은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이었다. 그는 "여자는 외모보다 자신의 능력, 유머 감각 등을 기르는데 더 투자해야 한다"며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요즘 여자들은 외모 때문에 너무 자신을 괴롭힌다. 나를 보고 그러지 않아도 괜찮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위더스푼은 "일과 가사 병행은 물론 쉽지 않다"면서 "다행히 가족들이 많이 도와주고 특히 어머니의 도움이 커 연기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년에 한편을 넘기지 않으려고 해요. 가족의 희생으로 연기를 하는 만큼 최상의 시나리오를 선택하려고 항상 고민합니다."
위더스푼은 이날 저녁 서울 영등포동 한 영화관에서 팬들과의 만남 행사를 가졌고, 24일 오후 출국 예정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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