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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박근혜-한명숙 정례 회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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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박근혜-한명숙 정례 회동을

입력
2012.02.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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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1 총선은 야당에 유리해 보인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도 어제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원내 제 1당이 되는 게 목표이며, 개인적으로는 과반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실제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총선 승리가 대선 승리로 직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거대세력이 대두하면 곧바로 견제세력이 형성되며, 거대당에 대해서는 다음 선거에서 반대표가 많아진다.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지금 친노세력의 거센 부활은 이명박 대통령 덕분이다. 노무현→이명박→노무현의 도돌이표가 그대로 실현될는지, 대선까지 열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어느 당이 제 1당이 되든 19대 국회는 종전과 달라야 하며 실제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걸게 한다. 변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크기도 하지만, 여성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성 특유의 감수성, 부드러운 카리스마, 생활 밀착형 정치는 분명 남자들이 주도해온 정치와는 다를 것이다.

지금 전면에 나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그런 점에서 모자라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 우선 박 위원장의 경우 새누리당을 '박근혜 당'으로 만들어갈 소지와 위험이 있다. 원칙과 상식을 중시하는 게 그의 장점이며 특징이지만, 남의 말을 듣기보다 자신의 생각에만 치중하거나 남들에게 곁을 주지 않는 벽이 그의 단점이나 독단으로 부각될 수 있다.

한 대표는 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붙인 별명대로 '1ms(밀리세컨드ㆍ1,000분의 1초를 가리키는 물리학 용어)'의 위험성에 처해 있다. '한(1)명(m)숙(s)'이라는 말은 정책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짧다는 것을 과장한 표현인데, 여러 세력 통합체의 대표로서 지도력 발휘에 어려움이 클 것은 분명하다. 어떤 정치인은 "민주당이 앞으로 정책을 하나 만들려면 춤을 춰야 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두 사람은 부산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률 개정문제에 관한 태도나 한미FTA 폐기 주장으로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법적 경제적 도덕적 문제점을 들어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부산권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바른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FTA 폐기 주장은 민주당이 역공을 자초한 자충수였다. 헨리 키신저는 2년 전 내한 강연에서 "이 시대의 근원적 위기를 반영하는 것은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국민에 대해 희생을 요구하는 지도자가 나올 수 없게 된 데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복지 혜택과 분배의 미덕을 강조할 뿐 국민이 해야 할 일이나 의무에 대해서 말하는 지도자는 없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0년 5월, 영국 총리에 임명된 윈스턴 처칠은 의회 연설을 통해 자신은 피와 땀과 눈물밖에 바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용기 있는 국가지도자의 자세로 흔히 거론되는 연설이다.

어쨌든 한국 정치를 이끌어가게 된 두 주인공에 대해 정례적으로 또는 수시로 만나기를 주문한다. 박-한 회담이든 무엇이든 정치발전과 국정 운영을 위해 자주 만나 모든 현안을 상의하고 협의하기 바란다.

이런 회동을 통해서 가장 먼저 확인하고 지켜가야 할 점은 다수결에 충실한 정치를 하는 것이다. 국회는 한 사회의 이해 갈등과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협상과 타협을 통해 정책화함으로써 공약수를 창출해 국민 통합에 기여하도록 제도화한 헌법기관이다. 토론과 다수결은 그 기능 실현에 가장 중요한 필수적 장치이다. 그런데도 다수결은 흔히 무시되고 여야 합의는 사문화하기 일쑤였다. 두 분이 앞장서서 고쳐야 한다.

아울러 여야 교류를 통해 의정문화를 쇄신하고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고치는 데 기여하기 바란다. 진영논리에 갇혀 여와 야가 다르면 만나지도 않고 원수처럼 대하는 풍토(공동의 이익과 이득이 걸린 사항에는 잘도 뭉치지만)는 사회 전체에 큰 폐해를 끼친다. 멋과 낭만이 남아 있던 1950년대 사랑방 정치시절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민주당의 조병옥 의원과 자유당의 이기붕 부통령은 대립하는 정적이었는데도 인간적으로 아주 친했고 정을 나누며 살았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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