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서 차량을 판매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운전자들의 차량 구입 후 보유 기간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미 리서치회사 포크(Polk)가 지난해 9월 자동차 등록 데이터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운전자들이 신차 구입 후 타는 기간이 약 6년(71.4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1년 조사 이후 가장 긴 시간으로, 6개월 전 조사 때보다도 4.7개월 늘어났다. 또 중고차 운전자들은 차를 산 뒤 평균 49.9개월 동안 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역시 역대 가장 긴 기간이었다.
특히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경기 침체로 자동차 보유 기간은 23%나 증가했다. 또 신차가 폐차가 될 때까지의 기간을 나타내는 차의 나이도 지난해 기준으로 10.8년으로 나타났다.
마크 셍 포크사 글로벌 애프터 마켓 책임자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고객유치가 갈수록 어려워 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구나 미국의 승용차 판매량은 10년 가까이 1,600만 대를 넘다가 2009년 1,040만대로 떨어진 이후 지난해 1,280만 대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5년까지는 1,600만대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들의 차량 보유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자동차 메이커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애프터서비스(AS)를 철저히 하고,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해졌다. 포크 사측은 "브랜드 보다는 부품 수리, 유지에 대한 무상 보증 기간이 얼마나 더 긴 지가 차량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1999년 '10년 10만 마일 무상 보증', 2009년 '실직자 보상' 등 보증 프로그램으로 미국시장 점유율을 높인 것도 이 같은 흐름을 읽은 결과로 풀이된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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