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 등과 관련해 야권 지도부를 직접 공격한 것은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야권은 "공정한 선거관리 임무를 지닌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한 것 아니냐"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야권은 "대통령이 임기 말 국정운영과 선거 관리에 전념하지 않고 마치 여당의 공격수처럼 나선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성토했다.
야권은 "친인척·측근 비리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본격적인 선거 개입을 시작했다"면서 대통령 발언 쟁점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통합당 박영선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이 한명숙 대표, 이해찬 전 총리,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 등 참여정부 당시 핵심 관료들을 거론하면서 '말 바꾸기'문제를 짚은 데 대해 "선거중립 원칙을 버리고 심각하게 선거에 개입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대국민 기자회견을 핑계로 선거 국면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반 논란 국면으로 호도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당 차원에서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은 "권력형 부정부패가 만연해 국민들이 실망한 상황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진솔한 사과가 나올 줄 알았더니 야당 인사들에 대한 공격으로 채운 것은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앞장서서 총선 판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직접 선거 전면에 뛰어들겠다는 유례 없는 선전포고이고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면서 "대통령이 총선을 치를 야당의 사령관들을 한꺼번에 묶어서 공격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은 과거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으로 국회에서 탄핵된 전례를 들어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새누리당 황영철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야당 비판이 총선 개입이라는 민주통합당의 주장에 대해 "대통령의 발언을 빌미로 여당을 공격하려는 정략적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황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총선 지휘를 받을 이유도 없고 받아야 할 상황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쇄신파인 구상찬 의원은 "청와대 언론팀은 정신 나간 사람들 아니냐"며 "변명으로 보이는 말만 늘어놓도록 하는 것이 맞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정두언 의원도 트위터에 "이 정도면 MB가 한나라당 편이 아닌 건 분명해졌고, 민주당을 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게 생겼네요"라고 적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