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와 한국 여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출생 당시 부모 국적이 한국인이 아니라면 한국 국적을 가질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1998년 중국에서 태어난 A(14)군은 그 해 7월 한국으로 왔다. 미혼인 어머니는 한국 국적의 남성과 결혼했고 이 남성은 A군을 호적에 올리고 친생자로 신고했다.
A군은 이에 따라 국적을 취득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받는 등 한국 사람으로 생활했다. 여권도 발급받고, 정상적으로 학교도 진학했다.
하지만 부모가 이혼을 하면서 사단이 생겼다. 부모가 협의이혼을 한 후 전 아버지가 A군을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기 때문이다. 친생자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한 A군은 이후 구청으로부터 "국적이 박탈됐으니 호적도 말소가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A군과 어머니는 법무부에 'A군이 한국인임을 판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A군은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답을 얻었다. 결국 A군 측은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된 점 등을 들어 소송을 제기, 법의 판단을 물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심준보)는 "원고가 한국인인 전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정됐으므로 친생자 신고를 통해 얻은 한국 국적은 법률적 효력이 사라지고, 결국 원고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법무부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어 "대한민국 국적은 한국 국민의 자녀로 출생했거나 귀화를 통해 취득하는 것으로 한국 호적에 편제되거나, 한국 여권을 발급받거나, 한국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취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특별귀화 절차의 어려움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한국 국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A군이 태어났을 때부터 한국인으로 살아왔다는 개인 사정을 고려한다면 법을 너무 협소하고 기계적으로 적용한 게 아닌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A군은 이 판결로 무국적자 처지가 됐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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