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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홀인원 보험사기' 조사 착수/ "1년에 홀인원 6번" 3500만원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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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홀인원 보험사기' 조사 착수/ "1년에 홀인원 6번" 3500만원 수령

입력
2012.02.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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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골프보험에 가입해 3,500만원의 보험금(축하금 형식)을 챙겼다. 그는 보험 가입 이후 신들린 듯 홀인원 행진을 이어갔다. 최근 1년간 홀인원 횟수는 무려 6번. 보험에 든 다음날 첫 홀인원을 잡기도 했다. B씨는 같은 골프장에서 5번 홀인원을 했다고 보험사에 알려 2,000만원을 받아냈다. 그런데 해당 골프장 홈페이지(명예의 전당)엔 B씨의 홀인원 기록이 단 1회로 올라와있다.

초야에 묻힌 골프의 신들이 널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골프보험 가입자들의 홀인원 기록을 들여다보면 그렇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3회 이상 홀인원 축하금을 타간 골프보험 가입자는 67명이나 됐다. 이 중 3명은 5번 이상 홀인원을 한 것으로 기록했다.

골프보험은 골프를 하다 다치거나 다른 이에게 피해를 끼친 경우 보상해주는 게 목적인데, 특별히 경기 중 홀인원을 할 때도 축하금 형식의 돈을 준다. 일반 골퍼의 홀인원 확률이 대략 1만2,000분의 1이니 보험사 입장에선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더구나 일반인보다 홀인원 확률이 훨씬 높은 프로 골퍼(3,000분의 1) 중에도 평생 홀인원을 맛보지 못한 이들이 수두룩하다. 통산 홀인원 20회를 달성한 '골프의 전설' 아놀드 파머(83)마저도 3년에 1번 꼴로 했다. 박세리, 최경주, 신지애, 김미현 등 국내 정상급 프로 골퍼들은 프로무대에서 각 1번 정도만 홀인원의 행운을 누렸다. 지름 10.8㎝의 홀 컵에 지름 4.3㎝의 골프 공을 단 한번에 넣기란 말 그대로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렵다. 오죽하면 홀인원을 '골퍼의 꿈'이라 부르고, '3년간 재수가 좋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선 보험만 들었다 하면 홀인원 운이 갑자기 늘어나는 걸까. 거기엔 은밀한 연결고리가 있다. C씨는 5개월 만에 같은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3회 했는데, 이 중 2번은 캐디와 동반한 경기자가 같았다. 몇 명만 입을 맞추면 얼마든지 경기내용을 조작할 수 있고, 홀인원인증서를 위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축하금이 400만~600만원 정도니 비밀 유지를 걸고 적당히 나눠가지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제보가 꾸준히 접수되자 조사에 나섰고, 실제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홀인원 보험금으로 약 384억원(1만1,615건)이 지급된 사실을 파악했다. 웬만해선 해당자가 없을 텐데, 보험료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을 정도(평균 손해율 110%)다.

보험 가입과 동시에 홀인원을 작성한 고객, 몇 달 만에 3회나 한 고객, 보험사엔 관련 자료를 제출했으나 정작 골프장 홀인원 기록엔 없는 고객 등 보험사기로 의심할만한 사례가 많았다.

금감원은 골프장 관계자, 캐디 및 동반경기자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조작한 건에 대해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적극적인 신고(보험범죄신고센터 전화 1332)도 당부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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