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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ㆍ화장품ㆍ가방 등 관세철폐 효과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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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ㆍ화장품ㆍ가방 등 관세철폐 효과 없을 듯

입력
2012.02.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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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ㆍEU FTA가 발효된 후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인 값이 크게 떨어지고 대형마트가 직수입한 유럽산 양모이불이나 매트리스 등 몇몇 품목도 관세 인하의 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이른바 '명품'브랜드 가방이나 화장품 가격은 거의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올랐고, 유럽산 고급차 가격 역시 '찔끔' 내렸다가 슬금슬금 다시 올리고 있다.

내달 15일 발효되는 한미 FTA 역시 과일과 와인을 제외하면 한ㆍEU FTA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우려된다. 관세 인하로 인한 이익은 고스란히 미국 본사나 현지 수출업체(유통업자)의 이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내리는 품목들

22일 한국일보가 관련업계를 통해 한미 FTA 이후 수입가격동향을 조사한 결과, 가장 큰 가격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과일이다. 체리(24%) 건포도(21%) 아몬드(8%)의 관세는 즉각 철폐돼 가격도 두자릿수의 인하율이 예상된다.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도 큰 폭의 가격할인이 예상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간 유통단계를 축소시키고 현지 팩커(수출업자)로부터 직접 상품을 들어 올 계획"이라고 면서 "이를 통한 원가 절감과 관세 인하분 등을 합치면 한미 FTA 발효 이후 오렌지 가격이 기존 판매가격보다 20% 이상 저렴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들은 국산 과일가격이 오르면서 그렇지 않아도 수입산 과일 판매가 급증함에 따라, 이번 기회에 과일 수입 물량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15% 관세가 철폐되는 와인도 가격인하를 체감할 수 있는 품목 중 하나다. 롯데마트는 아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현지 와이너리 개발에 착수, 일반 와인대비 약 30% 가량 저렴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프랑스, 칠레, 미국 등 수입와인 3강의 흥미진진한 대결도 예상된다.

안 내리는 품목들

육류는 관세 인하 효과를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이마트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이미 국제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가격이 오르고 있다"면서 "관세도 15년간 2%씩 조금씩 낮추는 것이어서 가격 인하는커녕 오히려 현지 업자들이 값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게다가 현재 미국산 육류는 3대 메이저 패커인 ▦스위프트 ▦카길 ▦IBP사 등 3사가 수출을 과점하는 구조다. 때문에 관세 인하가 되더라도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금값 삼겹살'파동 당시 할당관세(일시적 관세인하)가 적용됐지만, 패커들은 오히려 공급가를 대폭 올려 관세 인하분의 상당부분을 이득으로 취했다고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밝혔다.

의류는 13%, 가방과 화장품은 각각 8%의 관세가 철폐되지만 국내 수입가격은 낮아지기 힘들다. 폴로, 갭, 나이키 등 대표적 미국 직수입 브랜드의 경우 미국에서 직접 제조한 상품도 있지만 상당수가 동남아시아, 중국, 남미 등 제3국에서 만든 것들이기 때문. 코치 가방 등을 수입하는 신세계인터내셔널과 뉴발란스 운동화를 수입하는 이랜드의 관계자도 한결같이 "공장이 여러 국가에 있어 수입가격이 낮아질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본사가 미국에서 제조하는 일부 모델만 따로 가격을 내릴 리는 없다는 것.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바비브라운, 맥, 에스티로더 등이 유명 미국 브랜드이지만 수입회사들은 "화장품은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으로 제3국에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미 FTA 대상이 아닌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는

지난해 말부터 일부 수입 브랜드들은 한미 FTA의 관세 인하분을 미리 반영, 가격을 내리고 있다. 미국 크라이슬러는 지난달 대형 세단 '뉴 300C'를 내놓으면서 가솔린 모델은 이전 모델보다 410만원(6.8%), 디젤 모델은 690만원(10%)을 내렸다.

하지만 이런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한미 FTA 발효 후 미국산 수입차 가격은 2000cc 이하 는 2.3%, 2000cc가 넘는 차는 3.8% 정도, 즉 대당 100만원 내외 가격이 인하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브랜드가 아닌 유럽이나 일본 브랜드들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차를 좀더 낮은 가격에 들여올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에게 이익이다. 실제 일본 도요타는 지난달 미국 공장에서 만든 신형 캠리를 구형(3,490만원)보다 100만원 낮은 3,390만원(가솔린 모델)에 출시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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