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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되살아난 '통미봉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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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되살아난 '통미봉남'

입력
2012.02.2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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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제3차 고위급 대화를 시작한데 비해 남북대화는 장기 공전중이다. 북한이 북미대화에 응하면서 남측이 제안한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거부함으로써 '통미봉남(通美封南)'이란 용어가 되살아났다.

통미봉남이란 말은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를 끌어낼 당시 북한이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과 직접대화를 추진하면서 생긴 말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화해협력이 진전되면서 통미봉남이란 용어가 사라지는 듯 했다. 6ㆍ15 공동선언 채택 이후 한동안 남과 북은 한반도문제의 당사자해결원칙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남북당사자가 해결하기 어려운 핵문제는 6자회담이라는 다자회담 틀을 만들어서 해결하고자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재설정 요구를 북한이 거부하고 연이은 대남도발과 2차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두 개의 대화 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남북대화 재개와 관련해서는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었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도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선행조치를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제시됐다. 이러한 선행조치 요구에 북한이 응하지 않음으로써 남북대화와 6자회담은 장기 공전 중에 있다.

제재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공개하는 등 핵능력을 향상시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이 다급해졌다. 결국 미국은 남북대화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조건으로 두 차례 북미 고위급 대화를 추진하고 3차 대화를 하기에 이르렀다. 3차 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선 남북대화를 조건으로 걸지 않았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미뤄진 회담을 이번에 재개함으로써 북ㆍ미의 대화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김정일 사후 북한과 미국은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미국은 신속히 조의를 표하고 안정적 권력이양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북한은 이에 화답하듯 신년공동사설에서 북미관계를 언급하지 않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새해 국정연설에서 북한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상대를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쓸데없이 자극하지 않고 협상력을 높인 미국과 북한의 외교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외교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새로운 관계 설정을 모색하는 북한과 미국이 진지한 자세를 보이는 데는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상당기간 관계설정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여름부터 북한문제에 대해 '전략적 인내' 정책에서 '관리적 개입'으로 기조를 바꿨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3차 북미 고위급 대화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회담인지, 아니면 6자회담 재개가 쉽지 않은 조건에서 선택한 고육지책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현재로선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알려진 잠정합의 내용은 북한이 UEP 가동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수용하고, 미국이 대북 식량(영양)지원을 재개하는 것이다. 북한은 재선을 앞둔 오바마 행정부에 비핵화와 관련한 일부 외교적 성과를 주고 긴급한 식량지원을 얻어냄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안착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3차 대화에서 6자회담의 조기 재개 쪽으로 합의가 이뤄질 경우는 남북대화 재개 전망을 밝게 할 것이다. 6자회담의 주요 당사국인 한국의 협조 없인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북미대화가 잘돼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할 경우 남북관계 진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미 양국이 우선 급한 불을 끄고 관망모드로 들어갈 경우 남북대화 재개는 상당기간 어려울 수도 있다. 6자회담 개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기에 들어선 각국의 국내사정과 김정은 체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조기 개최 가능성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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