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성제(38ㆍ가명)씨는 최근 오픈마켓 옥션에서 5,000원 할인쿠폰을 받았다. 하지만 15일 동안, 5만원 이상 구매 시에만 쓸 수 있는 쿠폰이어서 사용하지 못했다. 게다가 며칠 후부터 생명보험사에서 걸려온 가입 권유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개인정보 수집업체가 생명보험사에 이씨의 개인정보를 팔아 넘겼기 때문이다. 쿠폰은 개인정보를 빼내기 위한 미끼였던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오픈마켓의 팝업 광고 등을 통해 기만적으로 소비자를 유인, 개인정보를 수집한 업체 열심히커뮤니케이션즈를 적발, 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다. 또 인터넷에 이 같은 위법 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보고 소비자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이 업체가 수집한 개인정보는 최근 3년간 1,340만건(중복 포함)이 넘는다. 업체는 개인정보를 동양생명과 라이나생명에 팔아 넘겼다. 동양생명에는 건당 1,800~3,300원, 라이나생명에는 보험 가입 성공 시 5만~9만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특히 동양생명은 열심히커뮤니케이션즈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과 연결, 동의 없이 수집된 개인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텔레마케팅에 활용했다.
소비자 유인방법은 간단했다. 옥션, 11번가, G마켓 등 오픈마켓 홈페이지에 '1,000원권' '5,000원권' 등 할인쿠폰을 팝업 광고로 띄워놓고 이를 클릭하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도록 했다. 1차 정보를 입력한 뒤 '확인' 버튼을 누르면 추가 정보로 휴대폰 번호, 이메일 주소, 자녀 유무 등을 넣도록 유도했다.
이 업체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수집, 이용, 제공 동의를 각각 따로 받아야 하는데도 팝업창 하단에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글씨로 '고유식별정보 수집 및 이용ㆍ제공에 동의한다'고만 적었을 뿐이다. 모니터 크기에 따라 화면이 잘려 이 문구가 안 보이는 일도 많았다.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방법도 교활했다. 무한정 발급하는 쿠폰인데도 '오늘만' '선착순 발급' 등 문구를 넣어 소비자들이 충분히 생각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았고, 쿠폰 사용후기를 허위로 게재해 소비자들의 판단력을 흐렸다. 옥션, 11번가, G마켓 등과는 팝업광고 계약만 체결했을 뿐인데도 광고에 해당 오픈마켓 로고를 넣어 마치 오픈마켓의 사은 행사인 것처럼 속였다.
업체의 꼼수에 속아 개인정보와 맞바꾼 쿠폰은 그러나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였다. '25~55세 참여 가능' '중복 참여시 제외' 등 제한이 많았고 유효기간도 짧아 사용률은 극히 저조했다. 물론 이런 제한사항은 개인정보 입력이 끝난 후 알려주는 게 보통이었다. 이 회사가 나눠준 쿠폰은 지난 한 해에만 200만3,397개에 달했으나 실제로 사용한 것은 1만7,774개에 불과했다. 이용률은 0.89%, 100장 가운데 채 1장도 쓰지 못한 것이다.
성경제 공정위 전자거래팀장은 "개인정보 제공 및 활용 목적을 명확히 고지하는지, 동의절차를 거치도록 하는지를 확인하고 의심스러우면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개인정보 제공 및 할인쿠폰 이용 등과 관련한 피해구제는 한국소비자원에 신청하면 된다.
한편, 공정위의 요청에 따라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는 열심히커뮤니케이션즈가 개인정보를 수집해 임의로 보관하고 다른 업체에 제공한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어겼는지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보험회사 등이 명시적 동의 없이 취득한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에 이용, 소비자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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