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에겐)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입니다. 총선과 대선 등 두 번이나 큰 장이 서니까요. 두 번의 선거를 앞두고 좋은 여성 관련 정책을 발굴하는데 역점을 둘 겁니다. 최종 목표는 여성 정치 참여율을 50%로 확대하는 겁니다."
3년 임기의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를 다시 이끌게 된 김정숙(67) 회장의 각오는 이랬다. 여협은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과 함께 한국 여성계를 양분하는 단체로, 회원수만 700만명이다. 21일 제18대 여협 회장에 취임한 그는 기자들과 만나"선거는 산적한 여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두 번의 선거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알리는 구심점으로서 여협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새 임기를 시작하는 김 회장의 시선은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에 온통 쏠려 있었다. "지난 3년은 흩어져있던 여성계의 목소리를 결집하는데 집중했다면 앞으로 3년은 그 목소리를 세상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3선 의원 출신인 그는 현역 시절 여성 정치인이 처한 한계를 누구보다도 절감했다. "내가 활동할 당시 여성 국회의원이 4% 밖에 안 됐어요. 개개인의 자질은 뛰어나지만 절대적으로 소수였기 때문에 목소리에 힘을 싣는데 한계가 있었지요. 비율을 늘리는 게 시급합니다."
그래서 내놓은 구상이 여성의 정치 참여율을 50%로 늘리는 방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 여성의 정치 참여율은 가장 저조해요. 18대 여성 의원의 비율은 13.7%로, 세계 평균(19.3%)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어요."
어떤 방식으로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할지 궁금했다. "후진국으로 분류되는 아프리카 국가들도 양성동수 참여를 법으로 정해놓고 있을 정도입니다. 르완다는 30% 여성할당제를 명시했고, 지금은 50% 넘는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있어요." 여협이'남녀 동수 정치참여'를 올해 중점 추진 과제도 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을 더 많이 참여시키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여성의 목소리를 확산시키겠다는 의미다.
그는 "50%는 절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프랑스도 1999년 정당에서 특정 성의 비율이 60%를 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양성이 모두 동등하게 대표성을 갖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협은 이런 여성계의 요구를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산하 64개 여성단체들과'여성정치행동연대'를 결성했다. 연대를 통해 여성 정치인 50% 할당을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저출산, 고령화, 녹색성장, 환경 등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방침도 함께 세웠다.
한편 김 회장은 세계여성단체협의회 총회를 30년 만에 국내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총회는 9월 서울에서 전세계 100여개국 여성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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