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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낙하산ㆍ회전문 인사는 그만

입력
2012.02.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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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가 지나면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딱 1년 남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권력의 무상함, 무기력감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1년 뒤 어떤 평가를 받게 되느냐는 오롯이 이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지나온 4년을 어떻게 자평하고 남은 1년을 어떻게 설계ㆍ운영하느냐에 따라 이 대통령은 그나마 실정을 만회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임기 1년의 종착점을 향해가는 이 대통령과 정권의 전도는 결코 밝아 보이지 않는다.

집권 여당이 든든하게 뒷받침해 준다면 또 모를 일이나 지금은 여당 코가 석자다. 이혼서류에 도장만 찍지 않았을 뿐 이 대통령과 결별 수순까지 밟고 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요 냉혹한 정치 현실이다.

이 대통령은 실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집권 4년 국정 운영의 긍정적 결과보다 부정적 측면만 기억하는 여론이 야속할 것이다. 국정의 공동 책임자인 여당으로서 동지적 관계마저 청산하려는 여당에 화가 날 것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모두 이 대통령이 짊어져야 할 몫이다. 인정하든 하지 않든, 결과가 좋든 나쁘든 그 모든 국정의 최종 책임자는 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4년을 돌아보면 이 대통령에게도 기회는 많았다. 그 중에서도 인사는 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국정 5년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었던 최초의 기회이자 퇴임 후 국민이 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도 현실적인 잣대였다. 하지만 집권 직후부터 이 대통령이 보여준 인사는 정권의 성격을 ‘고소영ㆍ강부자 정권’으로 고착화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을 뿐이다. 특정 지역ㆍ학교 출신, 특정 종교 인맥 중심 인사에 비판이 계속됐지만 이 대통령은 ‘능력’이라는 한마디로 일축해 버렸다. ‘관행’을 앞세워 치졸하고 강압적인 방법으로 전 정권 인사를 몰아낸 뒤 법에 의해 대부분 무효 처리가 됐는데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들끓는 비난을 무시하며 강행한 인사라도 납득할 만한 성과를 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MB맨’들이 남겨놓은 것은 경기침체, 물가 급등, 빈부 양극화, 청년실업, 입시경쟁과 사교육 심화의 고통뿐이다. 촛불시위, 용산참사, 쌍용차ㆍ한진중 사태, 미네르바 사건, 인터넷 검열, SNS 심의 등에서 보듯 힘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고통을 해결해주기는커녕 억압적 방법으로 귀와 입을 막았다. 공영방송 수장들은 결국 정권의 나팔수가 되기를 거부한 구성원들에 의해 권위를 상실하고 말았다. 측근과 친인척들은 온갖 비리와 의혹에 휩싸여 영어(囹圄)의 몸이 됐거나 날개가 꺾였다. 누가 있어 퇴임 후 이 대통령을 보좌하며 이명박 정부 집권 5년의 가치를 옹호할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렇게 호된 경험을 했다면 집권 5년차에는 나아지거나 나아지려 노력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작금의 인사는 이 대통령 집권 5년차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무너뜨린다. 그토록 한미동맹을 강조하더니 주미대사를 갑자기 무역협회장에 앉히고, 방송 문외한을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하더니 급기야 전 정권 인사 축출에 앞장선 전 장관을 1년 뒤 물러나야 할 정부 기관장에 임명했다. 또 이런저런 측근들이 정부 영향권에 있는 기관장으로 가기 위해 대기 중이라는 소식이다. 정권 말 자리 챙겨주기가 횡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권 말기 함께 일하려는 사람이 없고 인재풀이 고갈돼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4년의 실정을 교훈 삼아 남은 1년 동안 오만과 불통과 억압과 퇴행의 국정을 바로잡으려는 진정성이 있다면 쓸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을 리 없다. 오랜 기간 해당 기관에서 일해온 인사들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이러니 여당마저 이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이다. 원칙과 정도대로 인사를 하지 않으면 이 대통령에게 국정 실패를 만회할 기회는 결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낙하산ㆍ회전문 인사 같은 말이 들리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

황상진 부국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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