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공기 좋다고 서울을 떠나 이사를 온 경기 용인 동백지구는 인구 5만 명 남짓한 미니 신도시다. 지구를 가로지른 지하도로 서쪽은 대개의 수도권 신개발지와 마찬가지로 난개발 흔적이 완연하지만, 그 동쪽은 호수공원과 중심상가, 주거지역이 짜임새 있게 배치됐다. 특히 석성산 자락의 성산마을과 어은목마을, 초당마을에 나지막하게 늘어선 단독주택과 타운하우스는 동백지구가 규모만 작을 뿐 전국적으로 가장 잘 설계된 신도시의 하나임을 확인시킨다.
■ 최근 이 고즈넉한 마을의 아파트 단지에 '처인구 편입 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4월 총선을 앞둔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선거구 획정 논의 과정에서 용인 기흥구를 쪼개는 대신 동백지구를 산 너머 처인구로 떼어 붙이자는 물밑 담합이 전해진 때문이다. 구(자치구 포함)ㆍ시(구가 없는 시)ㆍ군의 일부를 분할해 다른 선거구에 붙일 수 없게 한 선거법 25조 1항의 명문규정으로 보면 동백지구의 처인구 편입이라는 경기도의 행정조치는 불가피해 보였다.
■ '동백사랑'을 비롯한 주민단체의 이런 예상은 순진했다. 여야가 여러 차례의 법 개정에서도 전혀 손대지 않았던 이 조항까지 손질하러 들리라고는 짐작조차 못했다. 자치구가 아닌 행정구의 일부는 다른 선거구에 떼어다 붙일 수 있도록 일부 자구만 바꾸면, 행정구역 개편 없이도 용인에서 선거구를 늘리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는 여야의 간지(奸智)와 짝짜꿍이야 말할 나위도 없다. 주민단체의 반발은 이어지지만 '처인구 편입 반대'의 기초는 무너졌다.
■ 이번 선거구 획정에 쏟아진 '게리맨더링' 비난 가운데 용인 기흥구처럼 원래의 뜻이 확연한 곳이 없다. 19세기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인 엘브리지 게리가 주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에 유리하도록 획정한 선거구의 모습이 샐러맨더(Salamanderㆍ불도마뱀)를 닮았던 데서 나온 '게리멘더링'은 정치행태의 불합리성보다 기형적 선거구 형태가 초점이다. 생활권이 다른 산 너머 처인구의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는 동백주민의 기본권 침해 수인한도는 어디까지일까.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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