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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칼럼] 우리 모두가 ‘햄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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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칼럼] 우리 모두가 ‘햄릿’이다.

입력
2012.02.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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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은 연극중의 연극, 비극중의 비극이다. 또한 어느 작품보다도 주인공의 비중이 높다. 오죽하면 ‘햄릿 없는 햄릿’ 이란 말이 사전에 등재되어 있을까. ‘알맹이 없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작품 ‘햄릿’에 국경이 없듯이 주인공 햄릿도 국적이 없다. 세계인이 연극 햄릿에 열광하고 세계 구석구석에 햄릿이 깔려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웬만한 신문독자치고 이 구절이 생소한 사람은 없다. 무수한 전문가들이 햄릿의 말과 행동거지를 분석했다.

그가 우울증을 앓다 자살했다고 단언하는 사람도 있다. 가장 가슴에 와 닿는 평가는 ‘햄릿은 바로 나다’와 ‘우리 모두가 햄릿이다.’

누구에게나 어두운 성향과 고뇌의 순간이 있다. 세상이 복잡하고 각박해질수록 우울한 사람, 정신이 산란한 사람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지난 주,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6명 중 1명이 정신질환의 경험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63%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중 15%만이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고 한다. 세상의 편견과 낙인이 두려워서이다. 단지 정신과의 상담과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또라이’ 내지는 ‘미친 사람’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우리의 법과 제도도 해묵은 편견의 포로로 남아있다. 정신질환자는 의사, 약사, 미용사, 장의사도 될 수 없고 민간보험과 공공도서관조차도 차단벽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정신질환의 종류는 다양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모두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다. 설사 평생 고질병이라도 품어 안고 사는 게 도리다. 정신질환자는 평균인보다 범죄율이 낮다는 것은 통계가 입증한다. 타인을 공격할 정신적 여력이 없다. 타인보다는 자신을 파괴한다. 우울증은 무서운 정신질환이다. 방치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청년, 노인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은 자살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의 하나다. 압축성장, 빈부격차의 심화, 경쟁심화의 부작용이다. 더 이상 정신병은 개인과 가족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가와 사회전체의 중대사가 되었다. 연전에 한 중견법관이 공개적으로 밝혔다.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했었고 정신과 치료를 통해 회복했다고 고백했다.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동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커밍아웃’했다는 것이다. 실로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그는 지금도 유능한 법관으로 재직하고 있다. 누구도 그의 판결에 대해 시비를 걸지 않는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도 직장에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교수 중에도 더러 있다. 마치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치료하면서 유능한 직장인, 사회인 노릇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 신체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정신장애도 뇌라는 신체 기능의 문제일 뿐이라고 한다. 뇌수술로 정신분열증을 치유했다는 언론보도도 있다. 그런데 우리의 의료ㆍ보건정책은 여전히 정신질환자를 온전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정신보건법은 치료를 통한 사회복귀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사회로부터의 격리에 주력했다. 정책당국은 병상을 늘리는데 급급했다. 시설운영자들의 영리목적과 성가심을 면하려는 가족의 이해관계가 영합했다. 그 결과 세계에 유례없이 높은 강제입원과 장기입원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정신병원과 보호시설은 각종 비리와 인권유린이 횡행하는 마의 소굴이 되었다.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공들여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를 발간했다. 미국, 호주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주목하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 이제라도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정신병원을 아예 없앤 도시와 나라도 있다. 햄릿처럼 우리 모두 자신의 무대의 주인공이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사는 것이 공동체의 의무다. 무엇보다 먼저 정신병자는 야수라는 해묵은 편견에 대한 전쟁을 선포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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