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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지휘자 이영칠이 보는 KBS교향악단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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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지휘자 이영칠이 보는 KBS교향악단 사태

입력
2012.02.2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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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오디션 강행으로 불거진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와 단원들 간 마찰이 봄 기운을 비웃는다. 상임지휘자 함신익씨가 대화를 거부하는 가운데 단원들은 전의를 다지는 MT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함씨가 학력을 위조하고 허위 경력을 내세웠다고 주장하는 등 정면 충돌을 작심하기라도 한 듯 전개되는 일련의 사태에 관객은 뒷전이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은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 단원들의 상임지휘자 퇴진 요구에 사측은 중징계로 답했다. 길거리 연주 등을 통해 외부 홍보에도 신경을 쓰겠다는 단원들의 다짐대로라면, 앞으로 KBS교향악단의 연주는 지하철에서나 듣게 될 판이다. 한 치 양보 없이 치달리는 치킨 게임의 양상.

유럽에서 7년째 거주하며 불가리아의 소피아 필하모닉 등 그 곳 오케스트라들로부터 신뢰를 구축한 지휘자 이영칠(42)씨를 떠올렸다. 그는 현재 유럽, 특히 동유럽의 대표적 오케스트라를 1년에 60여회 객원ㆍ정기 지휘한다. 그와 국제 전화로 길게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오디션에 대한 견해부터 들었다. “오디션은 단원들의 일상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이죠. 입단 후 첫 한두 해는 할 수 있지만 3년 지나면 불가하다고 봐요.”

그는 유럽에서 오디션이란 연주자들의 힘이 미약했던 30여년 전에나 가능했던 일이라고했다. 연주자 노조가 강력해진 요즘 유럽 음악계는 노조와 협의 여부에 따라 실질적 문제를 가름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어떤 일로도 그들을 자를 수 없어요. 베를린필 같은 경우는 1, 2년 해보고 나서 (유임 여부를) 단원들의 결정에 맡깁니다.”

시스템 문제도 지적했다. “지휘자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오케스트라 운영 체계는 한국뿐이라 할 만큼 낡은 시스템이죠.”

지휘는 지극히 사적이며 예술적인 결단의 문제다. 그는 “최대의 관건은 지휘자의 실력이다. (나처럼) 실력이 있으면 많이 불려다니게 된다”며 “단원들이 그런 식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면 나 같으면 (지휘) 안 한다”고 했다. 쐐기였다.

그는 2010년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후보로 검토됐다. 당시 함께 거론됐던 지휘자는 구스타보 두다멜ㆍ다니엘 하딩 등 30~40대 6명, 사이먼 래틀ㆍ이반 피셔 등 50~60대 8명, 쿠르트 마주어ㆍ리카르도 무티 등 70대 4명이다. 그야말로 쟁쟁한 마에스트로들이다. 현 상임지휘자 함씨도 50~60대 인물 중 한 명으로 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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