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은 결코 은밀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자연스럽고, 태연하게 '둘 만의 약속된 플레이'처럼 전개됐다."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체육국장은 21일 스포츠 승부조작 관련 정부의 합동대책 발표 이후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노 국장은 "해당선수들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승부조작에 이끌려 들어갔다"고 표현했다. '억 단위의 연봉을 받는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승부조작을 할 이유가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 그는 "4,000만~5,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 선배가 1억 원이 훌쩍 넘는 연봉을 받는 후배에게 '눈 딱 감고 한번 만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후배입장에선 차마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승부조작이 특정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 일어날수 있는 구조적인 환경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결과 국민의 99.4%가 "프로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국장은 이어 "많은 경기인들이'선배의 승부조작 청탁을 받으면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그는 "승부조작에 넘어간 이들이 순수한 건지, 아니면 개념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노국장은 이같은 이유로 선수와 지도자가 자유롭게 상담할 수 있는 '통합 콜센터'를 운영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내부 고발 없인 근원적으로 승부조작을 막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노국장은 특히 이번 대책의 한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토로했다.
그는 "불법 도박사이트 척결은 사법당국과 방송통신위원회의 협조 없인 불가능하다"며 "이 두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문화부 산하 사행성산업통합 감독위원회가 24시간 가동해 도박사이트를 색출한다고 하더라도 사법권이 없어 즉각적인 대응이 힘든 실정이다. 그는 "불법 도박사이트 차단은 방통위 소관이다. 이에 대한 사전심의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국장은 승부조작의 진원지로 꼽혀 해체설에 휘말린 국군체육부대(상무)에 대해 "상무는 한국 스포츠의 허리다. 국방부와 협의해 아마추어 팀으로 존속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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