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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응급처치까지 경찰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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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응급처치까지 경찰의 의무?

입력
2012.02.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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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응급처치까지 경찰이 해야하나?" "그럼 경찰 말고 누가 하나?"

생명이 위급한 노숙인을 응급처치 할 의무를 두고 경찰청과 보건복지부 사이에 '기싸움'이 벌어졌다. 지난해 제정돼 오는 6월 시행되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노숙인복지법)' 시행령 때문이다. 이 법의 시행령은 지난 17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가진 뒤 규제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화근이 된 부분은 경찰에게 응급처치 의무를 부여한 조항이다. 노숙인복지법은 제14조에서 "경찰 또는 노숙인 등 관련 업무 종사자는 중대한 질병, 동사 등 노숙인 등에 관한 응급상황을 신고 받거나 발견한 때에는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 뒤 시행령을 통해 '현장에서의 응급처치'를 '필요한 조치'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경찰관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여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경찰관은 "응급처치는 소방대원이 해야 할 일 아니냐"며 "만만한 게 경찰이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경찰관도 "경찰은 응급조치 전문가가 아닌데 이런 의무를 부여하는 게 맞느냐"며 "복지부 안대로라면 경찰이 의사를 고용하거나 응급처치 교육까지 받아야겠다"고 비꼬았다.

경찰청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복지부에 의견을 전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20일 "복지부 안대로 시행령이 시행되면 법적인 응급처치 의무를 경찰관이 지게 된다"며 "의료행위에 속하는 응급처치를 경찰이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응급처치는 의료인이나 구호단체 관계자, 공공보건시설 관련자가 하는 것이 맞다"며 "이번 주중에 복지부에 경찰청의 수정 의견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복지부는 관례대로 경찰에서 노숙인의 응급처치를 맡아야 한다는 견해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상 응급상황에 처한 노숙인은 경찰의 협조를 받아 시설에 인계돼왔다"며 "24시간 현장출동이 가능한 경찰이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입법예고 기간에 경찰청 등의 의견을 수렴하겠지만, 이제까지 해오던 업무이니 경찰 쪽에서 도움을 주길 바란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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