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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임대 20년… 장애인엔 불편·한숨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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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임대 20년… 장애인엔 불편·한숨 20년

입력
2012.02.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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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9일 오후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영구임대단지인 덕유마을 201동 1층 현관. 지체장애인 한 명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현관 옆에는 휠체어통로가 U자형으로 주차장까지 연결돼 있었지만 회전폭이 좁아 휠체어는 앞뒤로 두 세 번 움직인 끝에 통로를 빠져 나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어 1994년 12월 말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에는 4개 동에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새터민 등 취약계층 95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시각장애인도 다수 살지만 점자블록은 현관 계단 아래에만 달랑 몇 개가 붙어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은 “계단 위는 물론 엘리베이터 앞, 단지 안 인도 등에도 점자블록은 찾아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후 경기 오산시 세교지구 휴먼시아 국민임대주택 단지. 역시 LH가 저소득층에 임대하는 아파트로 지은 지 2년 정도 된 곳이다. 새 임대아파트라 외관부터 분양아파트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휄체어 사용자를 배려해 현관에 아예 계단을 없앤 아파트동도 눈에 띄었고, 점자블록은 현관부터 주차장까지 쭉 연결돼 있었다. 출입문과 엘리베이터 앞에도 점자블록이 촘촘히 박혔고, 도로와 인도의 경계를 이루는 연석 부분도 점자블록으로 처리됐다.

1990년대부터 지어진 영구임대단지들이 단계적 보수작업을 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선 국민임대아파트와는 달리 정작 장애인 편의시설 마련 등은 외면하고 있다. 이에따라 낡고 오래된 영구임대단지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불만과 한숨이 커지고 있다.

20일 영구임대주택을 관리하는 LH에 따르면 전국에는 126개 영구임대단지에서 14만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1990년 서울 강북구 번동과 인천 남동구 만수동 등에 첫 영구임대단지가 들어선 이후 1995년까지 5년 사이에 126개 단지가 일제히 세워졌다. 이후 영구임대단지가 슬럼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라 현재는 영구임대단지를 따로 짓지 않고 국민임대주택이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문제는 영구임대단지들이 건설된 시점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 법률이 1998년 4월 시행됨에 따라 이전에 건설된 영구임대단지들에는 소급적용이 안됐다. 일부 시설개선이 이뤄져 휠체어통로 등이 설치되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수준은 법 제정 뒤 지어진 임대아파트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영구임대단지처럼 심지어 현관 계단 아래도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은 곳도 있다.

지체장애와 시각장애를 가진 경복현(42)씨는 4년 전 부천시 덕유마을에 이사온 뒤 줄기차게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을 LH 등에 요청했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그는 “임대료는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뒤떨어진 시설 개선에는 미온적”이라며 “영구임대 주민들은 다들 어려운 약자들이라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동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법 제정 이전에 지었더라도 장애인들이 많이 산다면 현 기준에 맞춰 시설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영구임대는 공공시설의 성격이 강한 만큼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LH는 영구임대단지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한 점은 인정하지만 전체적인 개ㆍ보수는 힘들고 필요한 곳을 파악해 수선 중이라고 해명했다. LH 관계자는 “관리소에서 매년 단지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노후한 영구임대단지는 국가 재정을 투입해 순차적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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