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파격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한은 인사 관행을 180도 뒤집는 인사. 이로써 2년 전 김 총재 취임 당시 핵심 보직에 있던 이들은 모조리 물러나고, 대신 ‘김중수의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한국은행은 4월초 임기 만료되는 이주열 부총재 후임으로 박원식 부총재보가 내정됐다고 밝혔다. 박 부총재 내정자와 4월말 임기가 끝나는 3명의 부총재보 후임 등 4자리의 부총재보에는 김준일 경제연구원장, 강준오 기획국장, 강태수 금융안정분석국장, 김종화 국제국장이 내정됐다.
지금껏 ‘임원으로 가는 코스’가 대체로 정해져 있던 한은에게 이번 인사는 대단히 충격적이다. 금융통화위원을 겸하는 부총재 자리에 통화정책이나 조사 업무를 다뤄왔던 이들이 임명돼온 관행을 깨고 주로 인사나 지역본부 등 지원 업무를 맡아 온 박 내정자를 임명한 것부터가 그렇다. 한은 안팎에서는 “부총재는 내부 살림도 중요하지만 금통위원은 물론 금융위원회 비상임위원 등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경시한 인사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총재보 네 자리에도 정책기획, 조사, 금융시장 등 핵심 업무를 맡아온 국장들이 모두 배제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김준일 원장이 비록 수평 이동이긴 하지만 정식 업무 라인인 부총재보 자리를 맡게 된 것 또한 매우 이례적이다. 반면 유력한 부총재보 후보로 거론되던 국장 상당수는 경제연구원 내 연구위원 자리로 밀려났다.
이에 따라 김 총재가 2010년 4월 취임 당시 주요 간부직을 맡고 있던 이들은 모두 퇴사하거나 한직으로 옮기게 됐다. 부총재와 부총재보(5명)는 4월로 모두 자리를 떠나게 됐고, 정책기획ㆍ조사ㆍ국제ㆍ금융시장ㆍ경제통계 등 당시 핵심 국장 역시 2년 새 모두 밀려났다.
물론 이번 인사가 변화에 더뎠던 한은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조직이 요구하는 역할을 누구보다 충실하게 수행해 온 이들을 한꺼번에 내쫓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내부불만이 폭발 일보직전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총재가 바뀔 때마다 이렇게 대규모 교체 인사를 단행한다면 누가 조직이 요구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겠느냐”며 “새로운 총재에게 잘만 보이면 성공을 할 수 있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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