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 한 땀 수 놓듯 우리의 정성을 모아서 내성천가에 한 필지의 땅을 마련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땅을 강으로 돌려보내 생명의 강으로 만들 것입니다."(내성천 한 평 땅 증서)
4대강 사업 공사가 진행중인 낙동강 상류의 내성천을 보존하기 위한 시민들의 '내성천 땅 한 평 사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19일 이 운동의 신탁 관리를 맡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따르면, 참가자가 600명을 넘어섰고 약 5,500만원의 토지매입비용이 모였다.
지난해 7월 지율스님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내성천 인근의 사유지를 찾아내 시민들이 공동 매입하는 운동이다. 공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도 내성천 보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다.
땅 1평(3.3㎡)을 사는 데 드는 비용은 5만원.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1월 우선 내성천 하류의 과수원이자 배후 습지 563평(1,861㎡)을 매입했고 현재 2차 매입지를 찾고 있다.
내성천은 국내에서 모래톱이 가장 발달한 하천으로 흰수마자, 수달, 삵, 부엉이 등 멸종위기종과 먹황새, 원앙 등 천연기념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은 상류에 공사 중인 영주댐과 하류에 공사가 예정된 삼강보가 완공되면 강물이 갇혀 썩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운동은 또 환경 관련 판례에 항의하는 뜻도 담고있다. 지율스님과 함께 이번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예술집단 '리슨투더시티'의 디렉터 박은선씨는 "'천성산 도룡뇽 소송' 등 시민이나 환경단체가 낸 환경 관련 소송에서 환경영향평가가 안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청구인이 이해 당사자가 아니어서 승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비판하기 위해 시민들이 땅 주인이 되는 방식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부터 서울 조계사 내 컨테이너 박스 전시장인 '스페이스 모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땅 증서와 내성천 모래가 담긴 작은 병을 전달하는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모래병에는 "낙동강이 재자연화 되는 날 모래병을 가지고 내성천에 모여주세요. 모래를 강에게 돌려줍니다"라고 적혀 있다. 600개의 유리병 중 약 80%인 500개가 주인을 찾아 갔다.
박은선씨는 "최근 삼강보 현장에 깃대가 꽂히는 등 공사가 시작될 조짐이 보여 내성천을 보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낙동강은 물론 국내 생태계가 파괴되는 데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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