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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공관서 15년 만에 검찰 조사/ 25년 검사 박희태, 후배들 앞에서 "돈 봉투 지시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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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공관서 15년 만에 검찰 조사/ 25년 검사 박희태, 후배들 앞에서 "돈 봉투 지시 안했다"

입력
2012.02.1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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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두 번째로 국회의장에 대한 검찰의 방문 조사가 실시된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 앞.

공관 경호를 맡은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정문 앞에 출입통제선을 쳤다. 취재진이 늘어나고 조사시간이 임박하자 국회의장 공관 바로 옆에 위치한 대법원장 공관까지 긴장감이 맴돌았다.

오전 9시23분, 취재진 70여명이 강추위 속에 공관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가운데 검찰 수사관들이 탄 은회색 스타렉스 승합차가 쏜살같이 공관 정문을 통과했고, 10여분 뒤 검사들이 탑승한 검은색 쏘나타 승용차가 뒤따라 들어갔다. 일부 사진기자는 박희태 의장이 잠시라도 얼굴을 내비칠까 싶어 인근 주택 지붕에까지 올라갔지만, 박 의장은 다음날인 20일 새벽 조사가 끝날 때까지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사팀은 공관 접견동 2층 접견실에 마련한 조사실에서 오전 10시쯤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수사팀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이상호 부장검사와 송강, 박태호 검사 등 검사 3명과 수사관 3명으로 꾸려졌다. 조사 시작에 앞서 이 부장검사는 박 의장과 10여분간 독대하며 간단히 환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관 측 협조를 업어 2층 접견실 두 곳 중 한 곳을 조사실로, 한 곳은 대기실로 사용했다. 박 의장에 대한 직접 신문은 33㎡ 남짓한 조사실에서 평검사 2명이 번갈아 주로 진행했고, 한 명의 검사가 신문하면 다른 한 명은 노트북으로 신문조서를 직접 작성했다. 이 부장검사는 조사실과 대기실을 오가면서 진술 내용을 검토하는 등 신문을 지휘했다.

영상녹화는 하지 않았다. 박 의장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박 의장 측에서는 대검 공안1과장 출신의 조상수 변호사가 배석했다. 낮12시쯤 오전 조사를 마친 검찰은 미리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 오후 1시30분쯤 조사를 재개, 저녁7시30분까지 다시 신문을 진행했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저녁 식사를 해결한 수사팀은 다시 신문을 시작, 다음날 새벽까지 조사를 이어갔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1997년 한보 사건에 연루돼 방문조사를 받은 이후 15년 만에 실시된 현직 국회의장 방문 조사에서 검찰은 최대한 예우를 갖추는 모습이었다.

박 의장의 사퇴서가 아직 처리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호칭은 진술인 또는 피의자가 아닌 ‘의장님’이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박 의장이 74세의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해 1시간 조사 후 10~20분 쉬는 시간이 제공됐고, 그 동안 박 의장은 조사실 바로 옆에 있는 연회장에서 휴식을 취했다. 수사팀은 그 사이 또 다른 접견실에서 전략회의를 하고, 수시로 검찰 수뇌부에 조사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25년 넘게 검사로 일했고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박 의장은 이날 조사에서 변호사와 상의 없이 검사들의 질문에 답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장은 “나를 대표로 만들기 위해 전당대회 캠프 관계자들이 불미스러운 일을 하긴 했지만, 내가 이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은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검찰은 박 의장이 전대 직전 직접 1억5,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캠프에 전달하고, 라미드그룹으로부터 받은 억대의 변호사 수임료를 캠프에 제공해 현금화시킨 자료 등을 토대로 박 의장을 압박했다. 수사팀은 철저한 조사를 위해 예상 신문 내용을 수 차례 확인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방문조사를 받았던 김수한 전 의장은 금품 수수 시점에 국회의원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됐다. 하지만 박 의장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전대 당시 캠프 최고 책임자였던 박 의장이 의원들을 상대로 한 돈 봉투 전달을 몰랐을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하고, 돈 봉투의 자금원이 박 의장이라는 정황 증거가 다수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미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박 의장의 개입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박 의장이 적극적으로 돈 봉투 전달을 지시하지는 않았더라도, 알고도 묵인했다면 정당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팀 관계자는 “아직까지 박 의장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조사 내용과 증거를 토대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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