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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작가 문지하 '스프링필드' 전/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이 던지는 질문 "너 어디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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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작가 문지하 '스프링필드' 전/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이 던지는 질문 "너 어디서 왔니"

입력
2012.02.1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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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을 자유롭게 흩뿌린 형상이 추상화 같기도 하고, 스마일맨 스티커를 잔뜩 붙여놓은 모양새가 팝아트처럼 보이게도 한다. 그러나 정작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국 민화의 현대적인 해석처럼 보인다. 내달 11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리는 문지하(39)씨의 '스프링필드'(Springfield)전이 풍기는 인상이다. 이번 전시는 10여 년 전부터 미국에 살면서 활발히 활동하는 문씨의 한국 첫 대규모 개인전으로 최근 3년간 제작한 회화, 설치, 판화 등 30점이 출품됐다.

문씨의 작품은 온갖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이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영어와 한국어, 서양과 한국의 전통적인 문양 등이 상충되면서 종종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문자와 그림을 결합한 조선시대 효제문자도에는 사람의 얼굴을 한 파랑새가 등장한다. 파랑새는 일종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새로 여겨지는데, 트위터의 아이콘과도 매우 흡사해 문씨의 그림 속 이 새를 보면 트위터를 떠올리게 된다. 또 미국에서 독일어를 사용하는 이민자들의 민화 속에 등장하는 사자와 새는 한국 민화 속 해치와 원앙을 빼닮았다.

그림 속에 보이는 중의적 이미지 혹은 이질적인 결합에는 미국에서 동양계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작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너 어디서 왔니? 라는 'Where are you from?'이란 질문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갖잖아요. 지금 어디에 사는지를 묻는 것이기도 하고, 어느 나라 출신인지를 의미하기도 하죠. 흔한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어떤 답이 가장 적합할지 고민해요. 26년간 한국에서 살다가 13년간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살아온 저를 어떻게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제 작업은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가 색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자유롭고 거침이 없다. 회화에 좀처럼 쓰지 않는 형광색을 쓰기도 하고, 멕시코 전통의상의 자수를 뚝 떼어다가 붙이기도 한다. 부모님이 20년 이상 사용하던 찢어진 이불보도 전시된 작품 속에 붙어 있다.

회화면서도 캔버스처럼 사각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작품도 여러 점이다. 현재 캔버스가 아닌 한지를 사용해 유화를 그리는 그는 한지가 수작업으로 만들어져 규격화되어 있지 않은 점을 이용해 누군가 찢어 놓은 것처럼 작품을 완성하기도 한다.

재료부터 소재까지 이질적인 것을 결합하는 문씨의 작업은 미국에서 더 인기다. 스미소니언 미술관 등 미국 내 10여 개 미술관과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었고 지난해에는 조안 미첼 파운데이션이 미국 전역의 큐레이터 400여 명에게 추천 받아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상을 받기도 했다. (02)723-6190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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