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2월 재일 한국인 2세 고 김희로(1928~2010)씨가 엽총과 다이너마이트로 무장하고 인질극을 벌였던 이른바 '김의 전쟁'의 무대인 일본 시즈오카현 가와네혼쵸에 위치한 후지미야 여관이 지난 달 폐업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9일 보도했다. 관광객이 줄어든데다 당시 인질 중 한 명인 여관 주인 모치즈키 에이코(73)씨가 고령으로 더 이상 여관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국인을 경멸하는 말에 격분해 일본 폭력단 관계자 2명을 살해하고 이 여관으로 도주한 김씨는 모치즈키씨 가족 4명과 숙박객 9명 등 13명을 감금하고 닷새 동안 인질극을 벌였다. 김씨는 당시 취재 기자들에게 재일동포 차별을 폭로했고 일본 경찰로부터 사죄를 받아내 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이 사건은 기자로 위장해 잠입한 경찰에 김씨가 붙잡히기까지의 전 과정이 TV 등을 통해 생중계돼 일본 최초의 '극장형 범죄'로 불리기도 한다.
김씨는 이 여관 벽면에 '죄없는 이 집에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나의 죽음으로 사죄드립니다. 어머니 불효를 용서해주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 사건을 토대로 일본의 한 언론인은 을 출판했으며, 한국에서는 '김의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김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31년 간 복역하다 1999년 다시는 일본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가석방돼 한국으로 왔다. 의붓아버지의 성을 따라 사용하던 김희로라는 이름을 친부의 성을 따라 권희로로 개명했으며 2010년 3월 지병으로 사망했다. 모치즈키씨는 2010년 2월 후지미야 여관에 당시 사건을 보도한 신문, 잡지 기사 등 200여 점의 자료를 모은 '김희로 사건 자료관'을 개관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그가 여관 폐쇄 후 용도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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