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살까지 서당교육을 받고 검정고시를 거쳐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했던'지리산 댕기 동자' 한재훈(42) 씨가 24일 고려대 졸업식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일곱 살 때인 1977년부터 전남 구례서당, 남원서당 등에서 한학을 공부하다 93년 상경한 한씨는 2년여 만에 중ㆍ고ㆍ대입 검정고시를 각각 차석, 수석, 차석으로 합격했다. 98년 고려대 철학과에 들어간 그는 댕기 머리에 흰 적삼 차림으로 입학식에 참석해 또 한 번 세간의 화제가 됐었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퇴계 예학사상 연구'. 퇴계의 예학사상을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처음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석사학위도 퇴계의 심성론 연구로 받았다.
한씨는 퇴계의 가장 큰 매력으로 '유연한 사고'를 꼽았다. "퇴계는 자신에게는 엄정했지만 학문과 수양, 인간관계 등에서는 자유롭고 넉넉한 모습을 보여줬으며 사고가 경직되지 않고 말랑말랑했어요."
그는 또 "조선이 개국과 함께 유학을 국시로 내세웠지만 학문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성리학의 나라'로 거듭난 것은 퇴계 때부터"라며 "퇴계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정도로 퇴계가 조선 성리학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성공회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학생들과 일반 시민은 물론 노숙자, 재소자들에게도 동양고전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말 컴퓨터그래픽학원 강사와 결혼한 한씨는 앞으로 고전을 제대로전파하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고전은 고전이 집필된 당시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고전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요. 방향을 잃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동양철학을 통해 삶의 모델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