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여성들의 쇼핑 패턴 한가지.
일단 백화점에 가서 맘껏 둘러본다. 매장에 들어가 눈에 띄는 옷을 입어보고, 판매 직원으로부터 꼼꼼한 설명까지 듣는다. 여기까지는 예전과 같다. 다른 점은 옷을 백화점에서 사지 않는다는 점. 백화점에선 구경만 하고, 구매는 다른 곳에서 하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나온 여성들은 눈 여겨 봐둔 제품의 상품번호를 스마트폰의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한다. 검색창에는 백화점보다 20~50% 가량 저렴하게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와 가격들이 일목요연하게 나열된다. 구입은 바로 여기서 하는 것이다.
19일 한 시중 대형백화점 관계자는 "이제 백화점은 그야 말로 상품진열 역할만 하고 있다"며 "실물 제품에 대한 구경은 백화점에서 하고, 구매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이뤄지는 패턴이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식경제부가 지난 1월 백화점 3사의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4.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1월엔 설 연휴가 끼어 있어 영업일수가 작년보다 하루 적었고, 평균 기온이 높아 의류 매출이 크게 감소한 점도 있지만, 일선 백화점에선 "그런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흐름 자체가 바뀌고 있다"면서 훨씬 심각한 눈으로 매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백화점의 매출둔화와는 대조적으로 온라인 쪽은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터넷쇼핑 거래액은 작년 3분기 7조2,77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3% 증가했다. 최근엔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모바일쇼핑이 초강세다.
업계에선 이런 새로운 구매경향을 가진 소비자들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혹은 ▦하이브리드 또는 크로스오버 쇼퍼족으로 부르고 있다. 오픈마켓 11번가 관계자는 "성장한 뒤에 인터넷에 접하게 된 기성세대와 어릴 적부터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쇼핑 스타일도 다를 수 밖에 없다"면서 "어릴 적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은 백화점 보다는 온라인 몰 구입을 훨씬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화점 대형마트 아울렛 오픈마켓 등 여러 쇼핑채널에서 가격과 정보를 섭렵해 최저 가격으로 구매하는 패턴도 확산되고 있다"면서 "백화점을 돌며 발품을 팔고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손품을 팔아 제품을 구입하는 이런 하이브리드 쇼퍼, 크로스 오버 쇼퍼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추세가 바뀌다 보니 앉아서 장사하던 백화점들도 비상이 걸렸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넘어가는 고객들을 잡기 위해 별의별 묘안을 다 짜내고 있다.
최근 백화점들이 각 브랜드 매장을 넘어 여러 브랜드들을 한 자리에 모은 편집 매장을 속속 들여놓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일찍부터 강남일대를 중심으로 수입 의류 편집매장을 오픈 했고,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 17일부터 본점에 첫 여성의류 직매입 편집매장을 오픈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 오지 않으면 볼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구입할 수도 없는 브랜드들로 편집매장을 꾸몄다"며 "백화점의 고급화 이미지를 이끌면서도 인터넷이나 모바일과는 차원이 다른 전략으로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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