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가 계속 나타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이스라엘에 긴급 파견했다. 도닐런은 19일 강경 입장을 보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 등 이스라엘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경제 제재의 효과, 선제공격 시기에 대한 이견을 조율했을 것으로 언론들은 추정했다.
네타냐후는 어떤 제재도 이란 핵 개발을 막지 못한다며 군사 공격의 불가피성을 강조해왔다. 반면 미국은 이스라엘이 제재 효과를 확인하기까지 군사공격을 기다려주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닐런과 네타냐후의 만남 직전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은 신중치 못하며 (중동 전역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뎀프시의 발언은 지금까지 공개된 이스라엘의 무력공격에 대한 입장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도 이란이 16일 보낸 대화 재개 서한을 긍정 평가하는 등 대화카드를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선제 공격하리라는 예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도닐런의 이스라엘 도착을 앞두고 베니 간츠 이스라엘 합참의장은 미국의 간섭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것이며, 이란 공격의 최종 결정도 스스로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17일 이란 선제공격을 시사했던 바라크는 다음날 “군사 공격이 현재는 테이블 위에 올라 있지 않다”며 수위를 조금 낮췄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3월 초 워싱턴에서 열리는 오바마와 네타냐후의 정상회담에서 이란 해법을 최종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스라엘 외무장관, 비밀정보기관 모사드 책임자가 미국을 방문했으며 1월에는 뎀프시가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이번 도닐런의 이스라엘 방문에는 개리 사모어 국가안보회의(NSC) 비확산국장, 스티브 시몬 백악관 중동담당 보좌관과 국무부 및 국방부 관리들이 동행했다. 백악관은 정기 고위급 회담의 하나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나 안보보좌관의 이스라엘 방문은 2010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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