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돈 풀기에 나섬에 따라 극심한 글로벌 인플레가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유가도 9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1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유럽 재정위기가 가속화한 작년 4분기 이후 지금까지 33개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일본, 중국, 호주,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절반에 가까운 16개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양적완화 등의 방식으로 돈 풀기에 나섰다.
특히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4일부터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지준율 인하는 작년 12월에 이어 두 번째로, 경기 경착륙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관측된다.
이런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기조는 2분기에 더 심화할 것이라는 게 투자은행(IB)들의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폴란드,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도 머지 않아 통화 완화 행보에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전 세계에 돈이 넘쳐나는 데 따른 인플레 후유증이다. 모건스탠리는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원자재가격 상승과 글로벌 경기 회복 조짐 등으로 연말부터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이 가시화하고 내년 중에는 인플레가 본격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대만, 멕시코 등 세계 주요국의 대통령 선거가 줄줄이 예고된 것도 각국 정부가 물가보다 경기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제유가 상승은 벌써부터 인플레 우려에 기름을 붓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7일 현재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22달러 오른 117.45달러를 기록하며 작년 5월 3일(117.80달러) 이후 9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103.24달러에 거래되며 연중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우리나라도 인플레 우려를 비껴가기 힘들다.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지표상의 물가는 다소 진정됐지만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국제유가까지 고공행진을 하며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전 세계적으로 넘치는 유동성과 맞물려 고물가의 덫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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