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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일본 관광청 장관이 간과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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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일본 관광청 장관이 간과하는 것

입력
2012.02.1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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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관광객에게 일본을 방문해달라며 서울 한복판에서 애국가를 열창해 화제가 된 미조하타 히로시(溝畑宏) 일본 관광청 장관이 최근 한국의 도쿄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30년간 한국을 79회나 방문한 그는 관광 교류를 통해 양국 관계를 보다 활성화하자고 호소했다. 시종일관 특유의 친화력을 내세운 그의 모습에서, 경직되고 획일화한 듯한 일본 관료에게서는 볼 수 없는 열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이 처한 현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전형적인 관료적 사고를 드러내 아쉬웠다.

미조하타 장관은 지난해 발생한 도호쿠(東北)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이후 일본 방문객이 줄어들었지만 최근 방사능 농도가 많이 떨어진데다 식품안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어 일본 방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도쿄의 대기중 방사능 측정치가 시간당 0.053마이크로시버트(uSv)로 파리, 타이베이와 비슷하며 서울(0.111uSv)보다 낮다고 주장했다. 삿포로,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대도시의 방사능 측정치는 도쿄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안심하고 방문해도 좋다고 했다.

미조하타 장관은 일본 정부가 방사성 물질의 잠정 규제치를 설정, 철저한 검사를 하고 있고 식품모니터링을 통해 규제치 초과 품목은 출하를 제한하는 등 먹거리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막연한 불안감이 일본 관광을 막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특파원들이 나서 사실을 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미조하타 장관이 이날 제시한 자료는 모두 분명한 출처가 있다. 하지만 이 자료들을 좀 더 깊이 파고들면 적지 않은 함정이 있다. 일본에서 검출되는 방사성 물질 중에는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세슘이 있다. 세슘은 원전 등의 핵분열에 의해서만 발생하기 때문에 단순한 농도의 차이로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다.

문제가 특히 심각한 것은 먹거리이다. 일본 정부가 철저히 검사하고 있다지만 일본이 정해놓은 먹거리의 기준은 원전사고 이전의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어린이가 방사선 노출에 취약한 점을 감안하면 기준을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완화한 기준을 적용, 안전을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줄어든 관광객을 사고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싶은 것은 관계 부처 장관으로서 당연하겠지만, 막연히 안전을 외치는 것만으로는 관광객의 발걸음을 돌리기에 부족하다.

관광은 먹거리로 따지면 기호식품과 비슷하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가격이 갑자기 오르거나 불순물이 검출되면 당분간은 손을 대지 않는다. 기호식품을 먹을 때 느끼는 행복감보다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본을 좋아하는 여행 마니아라도 현지에 사소한 사정이 생기면 망설이지 않고 선택지를 바꾼다. 사소한 사정이라는 것이 개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방사능 물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런 현상이 단지 외국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본의 유명 관광지 닛코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그곳을 찾는 일본 내국인이 크게 줄었다.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 알려진 닛코는 지금도 수학여행을 강행하는 일부 학교에 맞서 부모들의 반발이 잇따를 정도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단시간에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기준을 만들고 방사능 물질과 관련한 현실을 숨김없이 공개한다면 회복 시기를 조금은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한창만 도쿄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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