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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교육의 틀을 다시 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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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교육의 틀을 다시 짜자

입력
2012.02.1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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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양상은 잘못된 교육정책이 얼마나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하는지 그대로 보여 준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논쟁도 그렇다. 학생 인권을 존중하는 것은 교육의 기본이자 상식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이미 경기도 교육현장에서 1년 이상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에도, 이해되지 않는 각종 오해와 편견이 붙여져 소모적인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학교폭력이 만연하고, 그 와중에 꽃다운 우리 아이들이 죽음에 내몰리는 상황은, 교육자로서 가슴을 저미게 한다. 며칠 전 서울 강남에서는 한 학생이 공부가 힘들다, 학원 다니기가 힘들다고 하면서 투신했다. 경쟁교육이 낳은 비극이다. 교육자로서 책임감을 느끼다 못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학생인권조례의 문제는 단순히 학생을 체벌할 수 있는가 아닌가를 넘어,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문화를 어떻게 구성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교권이 학생인권 보장으로 인해 침해받는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학교 폭력이나 공교육의 붕괴는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학생인권조례의 시행으로 인해 일부 선생님들이 이전보다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이는 극복해야 할 과정이다. 과거의 권위주의적 교육에서 비롯된 체벌 관행으로 돌아갈 수 없다. 사회가 변하고 학교가 변하고 아이들도 변했다. 이 변화된 환경에 맞는 새로운 학교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체벌하고 다그치고 줄을 세움으로써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존중하고 교감하는 열린 교권으로 교권의 신성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아이들의 인권과 교권이 높은 단계에서 서로 만나도록 해야 한다.

학교폭력은 승자독식의 수월성 경쟁교육, 차별교육과 특권교육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줄 세우기식 공교육이 무너지면서 빚어진 어두운 단면이다. 공교육을 올바르게 세우고 학교 문화를 재정립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역설적으로 이런 어려운 문제들은 우리 교육이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는 과제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대량 생산 위주의 산업시대형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와 미래의 교육은 승자독식의 경쟁이 아니라, 함께 노력하고 협력하면서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교육이어야 한다. 아이들이 단순한 암기나 문제풀이식 교육이 아니라 폭넓은 지식과 인성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능력을 기를 수 있는 창의지성교육이어야 한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교사나 학생이 함께 상호간 지식창조의 주체로서 역할 할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한다.

학교는 행복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무엇보다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고, 학교가 앞장 서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교육을 만들어 내야 한다.

대학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초중등 교육에서의 혁신은 대학교육의 혁신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대학이 서열화되고 대학 입시가 아이들을 서열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초중등 교육의 개혁은 당연히 그 영향을 입을 수밖에 없다. 입시에 내몰린 중등교육이나 대학의 왜곡된 특권교육이 함께 보다 보편적이고 공공적인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올해는 이런 교육을 이루기 위해 특히 중요한 한 해이다.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다. 국가 체계를 다시 짤 수 있는 기회의 해이다. 마침 정치권에서도 진일보한 교육 관련 정강 정책이 모색되고 있다. 보수 정당도 경쟁교육과 수월성교육에 대한 집착을 버린다고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복지부문과 교육부문 투자 확대가 공감대를 얻어 가고 있다.

정치권을 포함해 교육의 앞길을 열어 가려고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이번이 기회다. 초중등 뿐 아니라 대학교육도 틀을 다시 짜자. 교육의 틀을 다시 짜자.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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