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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선비의 향기, 그림으로 만나다' 옛 그림의 재미에 푹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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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선비의 향기, 그림으로 만나다' 옛 그림의 재미에 푹 빠지다

입력
2012.02.1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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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향기, 그림으로 만나다/백인산 글/다섯수레 발행·청소년·1만6800원

정조가 승하하면서 정치상황이 급변하자 단원 김홍도의 생계가 궁핍할 정도로 어려워졌다. 그 와중에 그는 어떤 이가 팔려고 내놓은 매화 화분에 그만 마음을 뺏겨 버렸다. 마침 그림 값으로 들어온 3,000냥이 있어 2,000냥으로 매화를 사고, 혼자 보기 아까워 친구를 모아 800냥으로 술자리까지 벌였다.

김홍도의 일화 가운데 등장하는 매화였을지도 모를 그의 매화 그림이 한 점 있다.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한 '백매(白梅)'. 소탈하고 낭만적이며, 그래서 마음이 통하는 친한 벗과 함께 술잔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바라보고 싶은 이 그림을 두고 간송미술관 백인산 상임연구위원은 '통렬하고 강경한 기세를 중시하던 기존의 매화 그림과 다르다'며 '예민하고 풍부한 감수성을 지닌 시인이나 세상일에 초탈한 은자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고 풀이한다.

한국의 전통 그림을 소개하는 책들은 많지만 <선비의 향기, 그림으로 만나다> 만큼 그림 자체를 감상하는 재미를 잘 살린 편집이 돋보이는 책도 드물 듯하다. 내년까지 모두 5권으로 완간할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 시리즈의 첫 권으로 한국화 가운데 꽃과 새, 짐승을 그린 화훼영모 22점과 사군자화 30점을 골라 책 한쪽 면 전체에 그림 한 장을 배치하고 옆 쪽에 백 연구위원의 설명을 붙였다. 글은 짧지만 작품 감상의 포인트나 화가의 작풍, 시대 배경 등 그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로 알차다. 산수화, 인물화, 풍속화, 민화 편이 이어서 나온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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